자비공덕회를 울린 ‘네팔에서 온 편지’

*이 글은 대한불교 조계종 향운사 자비공덕회 최오균 홍보실장(challaok@hanmail.net)이 보내온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히말라야?칸첸중가 기슭, 네팔 어린이들이 보내 온 감사편지

자비공덕회 장학금을 받고 있는 사빈 당이(Sabin Dangi)

“저는 두 누이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사빈 당이(Sabin Dangi, 사진)라고 합니다. 네팔 동부 칸첸중가 기슭의 버드러칼리고등학교 2학년생입니다.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중풍을 앓고 있어 가까운 거리도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 우리는 비가 새는 가난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생활비를 버느라 누이동생들은 의무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12년도부터 한국 자비공덕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게 됐습니다. 장학금으로 책과 종이, 연필 등을 구하고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자비공덕회의 장학금은 저로 하여금 인생의 목표를 충실하게 하고, 굳은 결심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의 목표는?궁핍한 가족들을 위하여 분투하며 살아가는 강한 남자가 되는 것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가난한 사람들이 기초적인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기금을 설립하고자 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가난한 사람들이 허덕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삶을 살지 않겠습니다.”

북한산 자락 수유리 국립 4·19민주묘지 옆 작은 암자인 향운사의 자비공덕회는 네팔의 초등학생에서 고교생에게 몇 년째 장학금을 주고 있다.

네팔 동부 칸첸중가 기슭에 살고 있는 사빈이로부터 자비공덕회에 보내온 감사편지

사빈군은 버드러컬리학교에서 11.9km 떨어진 저로파니(Juropani)라는 마을에 살고 있다. 걸어서 학교까지 두 시간 이상 가야 하며, 그나마 비가 오면 길이 끊기기 일쑤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 할 수 없게 된 그는 이웃 고을인 코하바라(Kohabara)에 위치한 버드러칼리학교에서는 한국에서 보내온 장학금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2011년 말 버드러칼리 한국자비공덕회 장학생 선정위원회에 자신의 처지를 기록하여 장학생?신청을 냈다.?버드러칼리위원회에서 장학생 대상으로 선발된 그의 신청서는 한국의 자비공덕회에 보내졌다. 한국자비공덕회에 접수된 그의 신상명세는 다음과 같다.

-이름 : Sabin Dangi, 1993년 9월 5일생, 남자
-신분 : 체트리(Chhatri, 브라만 다음 신분)
-학년 : 9학년(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과정)
-가족 : 아버지는 일직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장애인이며, 두 여동생이 있음.
-경제사정 : 농사를 짓고 있으나 경작할 땅이 없고, 오두막에서 살고 있으며, 연간 수입은 70달러 수준임. 아무도 그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음.

사빈이의 집에서 학교까지는 11.9km로 걸어서 2시간이 넘는 거리로 비가 오면 길이 끊겨 학교에 가기도 힘들다.

한국 자비공덕회는 그의 신청을 받아들여 사빈이를 2012년도 장학금 지급 대상자로 결정했다. 마침내 그는 2012년도부터 장학금을 받아 그의 희망대로 다시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자비공덕회는 이달 초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40만원의 집수리 자금과 자전거 등을 살 돈을 보냈다.

한 달에 1000루피(1만3000원) 보내주면
네팔에 ‘희망의 씨앗’ 하나 심을 수 있어

한국의 자비공덕회(회장 석명조 스님 cafe.naver.com/buddhajb)은 지난 10년 동안 심장병을 앓고 있는 향운사 명조 스님과 스님을 돌보고 있는 지상스님의 원력으로 세워진 작은 봉사단체다. 수유리 북한산 자락에 가정집을 개조하여 법당 겸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두 스님은 법당이나 종각을 짓는 불사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난 2009년 6월?‘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이란 취지로 자비공덕회를 설립하였다.

스님은 평생 신도들이 준 시주 밥만 축내고 살 수 없다며, 법당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비좁은 암자에서 심장병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20여명의 신도들과 함께 네팔학생 돕기에 나서고 있다.

장학금은 학생 1인당 한 달에 1000루피(약 1만3000원)에 지나지 않는다.?네팔학생들은 그 돈으로 책, 종이, 연필, 유니폼 등을 사고 교통비 등 최소한의 생활비에 충당한다. 네팔은 초·중·고교까지 정부의무교육으로 학비 부담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 가정이 가난하여 학용품 등을 살 수 없고, 기초적인 생계비를 버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따라서 이들에게 1000루피는 한 달간 생활을 할 수 있는?큰돈이다.

기초적인 생활비가 없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네팔의 순박한 어린이들. 한 달에 1000루피(약 1만3000원)이면?네팔 어린이 1명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네팔 동부 칸첸중가 기슭 오지에 위치한 창고처럼 생긴 버드러칼리 학교

버드러칼리 학교는 네팔 동부 히말라야 칸첸중가 기슭 오지에 위치한?초중고교와 전문대 과정까지 있는 학교로?120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남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 자비공덕회를 설립한 향운사 명조, 지상 두 스님. 명조스님(좌)은 10년째 심장병을 앓고 있다.

네팔에 심은 12명의 ‘희망의 씨앗’이 60명으로 늘어나다

자비공덕회는 2010년 1월부터?최초로 12명의 네팔 어린이를 선정하여 이 어린이들이 초중고 전문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2년간?후원하기로 결정했다. 12명의 어린이는 자비공덕회가 부처님이 탄생하신 나라 네팔에 심은 최초의 ‘희망의 씨앗’이었다.

후원대상 어린이 선정은 케이피 시토울나 네팔관광청 한국사무소장이 네팔 현지와 연결하여 맡고 있다. 그는 네팔 동부 칸첸중가?기슭 버드러칼리학교 출신으로 그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동기동창생으로 현지사정을 잘 알고 있어 장학생선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금이 워낙 적어 10살 이하의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남을 위해 기도를 하며 모은 작은 성금으로 네팔 어린이들이 공부를?할 수 있다는?소식에 공감을 한 사람들이?하나 둘 동참을 하기 시작하여 회원수도 2012년 9월 현재 95명으로 늘어났다.

2010년 1월부터 최초로 후원을 하기 시작한 12명의 ‘희망의 씨앗’ 어린이들과 함께. 지난 2010년 10월?버드러러칼리 학교를 방문한 자비공덕회 회원들

2012년 9월 현재 자비공덕회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는 ‘희망의 씨앗’은 60명. 3년 전 12명에 비하면 5배로 크게 늘어난 셈이다.

학교운동장 환영식장에?가득 모인 버드러칼리학교 학생들과 주민들
자비공덕회 장학금 후원받고 있는 버드러칼리 초중고등학생들

한편 한국의 자비공덕회는 장학생 수혜 대상자를 내년부터는 1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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