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한국 어문학술단체 연합회’ 결성에 부쳐

*원본 보기는 클릭 후 확대버튼
현재 67개로 흩어져 있는 한국어 학술단체가 다음달 1일로 70돌을 맞는 ‘조선어학회 사건’을 계기로 하나로 뭉쳐 ‘한국 어문학술단체 연합회’(이하 연합회)를 결성한다는 뉴스를 중앙일보에서 9월 26일자 27면에 단독으로 보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유일한 한국어(조선어) 단체였던 조선어학회(현재 한글학회의 전신)는 나라와 나랏말을 빼앗긴 시대에 한국어 연구의 중심이었고, 우리말 사전 편찬을 추진하면서 한국어(조선어) 복원을 통한 민족운동을 펼쳤다.

조선어학회 사건은 1942년 10월 1일 조선어 사전 편찬에 참여한 이윤재·이극로·최현배·이희승·한징·이은상·안재홍 선생 등 회원 33명을 일제가 연행, 투옥하면서 시작됐다. 완성된 사전 출판 원고를 일본 경찰에 압수당했고, 1943년까지 관련 학자들 검거 선풍이 일었다. 조선어학회는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하고 표준어사정(標準語査定)을 제정했으나 이런 일제의 탄압으로 사전 편찬의 숙원은 광복 전에 이루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공판에 회부된 13명의 학자들 중 이윤재·한징 선생은 일본 경찰의 무자비한 고문 탓에 옥사했고, 1명은 무죄, 10명의 학자들은 각각 2년에서 6년까지의 징역을 선고받았는데, 항소 중 감옥에서 조국 광복을 맞았다.

조선어학회는 1949년 한글학회로 이름을 고쳤고, 이 선구자들의 우리말과 글에 대한 연구는 이후에도 계속돼 1957년 ‘조선말 큰사전’을 발간하는 결실을 낳았다.

하지만 한국어 관련 학회는 광복 이후 현재까지 67년 동안 67개가 생겨나 대학·지역에 따라, 세부 전공별로 분화됐다. 그 동안 한국어 학술단체는 한글 전용과 한자 혼용을 둘러싼 논란 등 심한 갈등을 겪으며 서로 왕래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또 국적 불명의 외국어를 쓰며 우리말을 홀대하고, 방송·인터넷에서는 각종 비속어?막말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남?북한에서 사용하는 우리말에 이질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남북의 정치상황 탓도 있겠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나 개선 방안은 아직 막막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어학회 사건 70돌을 되새기면서 연합회 창립을 겸하는 학술대회가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 주최로 10월 12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다고 한다. 조선어학회 행사는 한글학회(회장 김종택)가 주관하고, 연합회 행사는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정병헌)가 주관한다.

앞으로 연합회가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가 우리말을 갈고 닦아 지키고 발전시켰던 중심적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정 준비위원장은 연합회 창립의 의의를 “조선어학회 사건은 한글이냐 한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어를 지키자는 운동이었다. 그 정신을 기리며 연합회를 발판으로 미래의 한국어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는데, 연합회가 현재의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 우리 민족과 나라의 운명과 함께할 우리말과 글을 더욱 발전시키고, 남?북한 언어생활의 이질화를 막고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쪽으로 좋은 방안들을 이끌어 내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연합회 결성 실무를 맡은 조남호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이 “새롭게 출범할 연합회에서는 한글-한자 갈등 문제는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대로 학술단체 사이에 더 이상의 갈등 없이, K팝 등의 한류가 지구촌에서 환영 받고 있는 요즘, 한국어가 제 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연합회도 뜻과 지혜를 모으고 활동을 활발히 했으면 한다.

며칠 있으면 한글날이다. 연합회 창립을 “영어에 밀려 한국어가 점점 왜소화되고, 방송·인터넷에서 각종 막말 문제가 심해지는데 국어학계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라고 규정한 조 어문연구실장의 말처럼 모처럼 머리를 맞댄 학계가 조선어학회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말과 글을 더 사랑하고 발전시키는 핵심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를 막고 동질성을 회복하는 역사적 사명에도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The AsiaN 편집국?news@theasian.asia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