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디저트 ‘로쿰’을 아시나요?
27일 아시아엔(The AsiaN)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엔에서 인턴을 한 후 터키 이스탄불 빌기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김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년)군입니다. 얼굴과 팔 다리가 구리빛으로 그을린 게 무척 건강해 보였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두 달 동안 자전거를 타고 유럽 14개국을 여행했다는군요.
텐트와 배낭 그리고 음식을 짐칸에 채우고 힘겹게 여행했을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두 달 자전거여행를 하는 동안 자전거 정비 기술자가 다 됐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가진 건 몸 뿐인 청년이 좋은 자전거를 샀을리 만무하지요. 무거운 사람과 그의 살림을 앉고 5000km에 가까운 거리를 운행했으니 자전거가 탈이 안날 수 없었겠죠. 도중에 펑크도 나고 체인도 빠지고 안장도 돌아가고. 처음에는 두 시간 걸려 정비했던 일이 여행을 끝날 때쯤엔 20분이면 끝나더랍니다. 이제 타이어 펑크 떼우는 일은 일도 아니라면서요.
오랜 전통의 하즈베킬 로쿰?유명
여행이든, 출장이든, 연수든 해외를 나갔다 온 사람에게 우리는 농담으로라도 “뭐 좀 안 사왔냐?”고 묻곤 합니다. 노잣돈 한 푼 보태준 적 없는 사람들이요. 고생하며 공부하고 온 판이에게도 얼굴에 철판 깔고 “뭐 좀 내놔 봐야지” 요구(?)가 이어집니다.
김판 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뭔가를 꺼냅니다. 종이상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클라바 사왔구나!” “비슷한 디저트이긴 한데 바클라바는 아닌데요.” “그럼 뭐지?” “로쿰이요” “로쿰?”
세로 20cm, 가로 10cm 하얀 사장에 1.5cm 크기의 하얗고 검고 푸른 깍두기들이 먹음직스럽게 도열해 있습니다. 상자 표지에는 상품명과 ‘터키시 딜랄이트’란 단어가 적혀 있네요. 하얀 놈으로 하나 골라 먹었습니다.
“쫄깃쫄깃 한 게 맛있는 걸. 안에 건과류도 들었네” “맛있죠? 없는 돈에 선배님들 생각해서 큰 맘 먹고 사왔습니다.” 함께 먹던 동료들의 입에서 감탄이 쏟아집니다. ‘젤리 같다’, ‘호박엿 같다’, ‘다이어트에는 독이겠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면서요.
터키는 디저트 문화가 무척 발달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터키식 차와 커피는 꽤 유명하죠. 바클라바, 로쿰은 아마 이런 음료와 곁들여 먹었던 간식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로쿰이 터키에서 만들어진 것은 16c로 추정됩니다. 당시에는 설탕이 없어서 꿀이나 단맛을 내는 다른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18c에 들어와 설탕이 널리 보급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먹는 로쿰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로쿰과 관련해 이런 일화가 전해 내려옵니다.
롭카프 궁전에 살고있던 술탄 압둘하미드는 하렘에 있는 그의 4명의 부인과 여자들을 위해 맛있는 과자를 만들라는 명령을 내렸지요. 당시 과자 기술자인 하즈베킬(Haci Bekir)은 황제가 맛있는 과제를 원한다는 소문을 듣고 자신의 솜씨를 다해 색다른 과자 만들기에 나섭니다.
하지만 너무 가난해 밀가루를 못 사고 대신 옥수수가루에 장미물을 넣어 새로운 과자를 만듭니다. 이 과자를 맛본 하렘의 여자들은 처음 맛보는 향기롭고 부드러운 식감에 감탄해 술탄에게도 맛을 보도록 권했죠. 술탄? 역시 로쿰의 맛에 매료돼 세상에 이처럼 맛있는 과자가 또 어디 있겠냐며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로쿰이란 말은 라핫 울훌쿰(rahat ul-hulkum, 목 안을 편안하게 하는 과자)이라고 부른데서 연유됐습니다. 하즈베킬의 자손들이 기술을 전수받아 현재 에미노뉴에서 그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디저트 문화의 발달은 그 만큼 여유로운 민족이란 느낌을 줍니다. 이스라엘이나 중동에 가면 꿀에 절인 대추야자가 유명하고 북유럽엔 초콜릿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엔 외국인에게 선물하기에 좋은 음식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약과? 한과자? 다식? 어디선가 ‘김이 최고다’라는 말이 들립니다.
우리의 희망 김판 군이 먼 나라 이웃나라 터키에서 공수해온 로쿰을 먹으면서 터키를 상상합니다. 역시 해외를 갔다 올때는 이런 음식이 가격대비 최고의 선물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