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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브리핑] 중국 제조업 다시 위축…로봇·군사기술 자립으로 돌파구 찾나

중국 경제가 다시 위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중국은 인공지능과 로봇, 첨단 제조업, 군사기술을 결합한 자립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기술·통상 압박에는 보복 가능성을 경고하고, 유엔 등 다자무대에서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오늘 브리핑의 핵심 축은 중국 제조업의 양극화, 군사·산업 자립, 미중 로봇 갈등, 다자외교다. 중국 경제가 다시 위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중국은 인공지능과 로봇, 첨단 제조업, 군사기술을 결합한 자립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기술·통상 압박에는 보복 가능성을 경고하고, 유엔 등 다자무대에서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제조업과 내수 경기는 둔화하고 있지만 첨단기술과 장비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 내부의 양극화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대규모 경기부양보다 산업 구조조정과 기술 고도화를 우선하면서 고용과 소비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7월 제조업 PMI 49.2…5개월 만에 위축

중국의 7월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를 기록해 6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PMI가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중국 제조업 PMI가 위축 국면에 들어선 것은 5개월 만이다.

신규 주문 지수는 48.5로 떨어져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생산 지수도 49.9에 머물렀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일부 업종의 계절적 비수기와 태풍에 따른 생산 차질, 높은 기저효과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러나 장비 제조업 PMI는 51.4, 첨단기술 제조업 PMI는 53.3을 기록해 확장세를 이어갔다. 전통 제조업과 내수산업은 침체하는 반면 반도체와 인공지능, 로봇, 첨단장비 분야는 성장하는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중국산 게임의 상반기 해외 매출도 전년보다 30% 늘어난 1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부동산의 부진을 게임과 인공지능, 전기차 등 기술·콘텐츠 수출이 일부 보완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정치국, 대규모 부양보다 ‘반내권’과 산업 재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는 하반기 경제정책의 방향을 확정하고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5중전회에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15차 5개년계획이 논의될 예정이다. 중국 지도부는 적시에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대규모 부동산·인프라 부양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신 재정지출과 채권 자금 집행을 앞당기고 소모적인 과잉경쟁을 뜻하는 ‘내권’을 바로잡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 배터리 등 일부 첨단산업에서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공급과잉이 심화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성장률을 단기간 끌어올리기보다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첨단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침체와 고용 불안,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통산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방치할 경우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국산 로봇 금지…새 통상 갈등으로 부상

미국과 중국의 기술 갈등은 반도체와 전기차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에 연결된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이 데이터 유출과 사이버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 로봇산업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가 미중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중국도 필요한 대응조치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대응 수단으로는 미국 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 제한,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 제한 등이 거론된다. 로봇이 관세와 반도체, 희토류에 이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104일 만에 상장심사 통과

미국의 견제에도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한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체는 불과 104일 만에 상장 심사를 통과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목표 기업가치는 420억 위안, 약 58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이 로봇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신속하게 허용한 것은 미국 시장의 문이 닫히더라도 내수시장과 국유기업 수요, 국가 자본을 통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도 중앙 국유기업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6G, 핵융합 등 미래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수출 규제를 받는 첨단산업을 국가가 직접 떠받치는 방식이다.

중국의 로봇기업들은 세계 최대 제조업 기반과 방대한 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 학습 데이터가 기업과 산업별로 분절돼 있고 실제 생산현장에 배치하는 비용이 높다는 점은 수익화의 걸림돌로 꼽힌다.

건군절 99주년…AI·무인체계와 군민융합 강조

중국은 8월 1일 인민해방군 창군 99주년을 맞아 군 현대화와 군민융합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무인체계와 인공지능, 극초음속 무기 등 첨단전력 도입과 실전화 훈련 확대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대만과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도 거듭 밝혔다.

건군절 메시지는 미국의 로봇과 반도체 규제에 맞선 미래산업 자립 정책과 맞물리고 있다. 중국이 로봇과 인공지능, 반도체를 경제성장 수단인 동시에 군사 현대화를 위한 이중 용도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민간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첨단기술을 군에 빠르게 이전하는 군민융합 전략을 추진해왔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술이 군수산업과 결합할 경우 중국군의 무인전과 정보전 능력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

PLA, 러시아에서 무인전 훈련 가능성

미국기업연구소와 전쟁연구소는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이 러시아 군사시설에서 실전훈련을 받은 정황을 분석했다. 중국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드론 중심의 전장환경과 무인체계 운용 방식을 연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값싼 드론이 전차와 장갑차, 포병을 공격하고 정찰과 표적 식별, 통신 중계까지 맡으면서 전쟁의 양상을 바꿨다. 중국군은 러시아의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중국의 산업기반과 기술체계에 맞는 독자적인 무인전 교리를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해군은 대함미사일과 무인체계 등을 활용해 미국 해군의 우위를 상쇄하는 비대칭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제1도련선 밖으로 작전 범위를 넓히고 서태평양 해상 통제권을 다투려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제1도련선은 일본 열도와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해상 방어선이다. 중국이 이 선을 넘어 원해 작전 능력을 확보하면 미군의 서태평양 접근과 증원 작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필리핀 “대만 유사시 중립 불가능”

중국군이 원해 작전과 대함 능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필리핀도 대만해협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필리핀 국방장관은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필리핀이 중립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대만과 필리핀 북부 루손섬 사이의 바시해협은 중국군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는 핵심 통로이자 미군의 작전·보급로다.

필리핀은 미국과의 방위협정을 확대하며 북부 군사기지에 대한 미군 접근을 허용해왔다. 대만해협에서 실제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필리핀의 기지와 항만, 공역이 미군 지원작전의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필리핀의 입장 변화는 남중국해 갈등과 대만해협 문제가 하나의 안보전선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군사력이 강화될수록 미국과 일본, 필리핀의 억지 협력도 확대되고, 다시 중국의 대응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중국, 8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 맡아

중국은 군사적 압박과 함께 다자외교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아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개발, 다자주의 등의 의제를 주도할 예정이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이 주도해온 국제질서와 다른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을 내세우며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지지를 넓히려 하고 있다. 글로벌개발이니셔티브와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 일대일로 협력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미국이 관세와 반도체, 로봇 규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유엔과 국제기구를 활용해 책임 있는 대국 이미지를 부각하고 외교적 우군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중국은 서방과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중재자 역할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가 중국의 중립성을 어느 정도 인정할지는 불확실하다.

홍콩·중국 증시, 정책 기대와 기술주 불안 교차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는 글로벌 기술주 매도세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홍콩 시장은 대형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인공지능 투자비 증가와 글로벌 기술주의 고평가 논란이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7월 제조업 PMI가 위축 국면에 들어선 것도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중국 정치국이 부동산 안정과 인공지능산업 육성, 재정집행 가속을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대규모 부양책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중국 증시의 방향은 발표된 정책이 실제 투자와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중국 정부가 증시 안정과 기업공개 활성화를 추진하더라도 부동산과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 시장의 반등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로봇과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업종 간 주가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경제 양극화·군산 자립·다자외교 하나로 연결

현재 중국의 경제·군사·외교 정책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부동산과 전통 제조업의 침체를 감수하면서도 인공지능과 로봇, 첨단장비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민간 첨단기술을 인민해방군의 무인전과 원해 작전 능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외교 분야에서는 유엔과 글로벌 사우스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맞설 국제적 공간을 넓히고 있다.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보다 기술 자립과 산업 고도화를 선택한 것은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성장률보다 핵심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안보와 체제 안정에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전략이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년 고용과 소비 부진,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 첨단산업의 성장도 내수 기반을 잃을 수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 분야의 과잉투자가 또 다른 공급과잉과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로봇 수입 제한에 실제 보복조치를 취할지, 8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 활동을 통해 어떤 외교 성과를 거둘지 주목해야 한다. 9월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조율과 희토류 협상, 10월 5중전회에서 확정될 제15차 5개년계획도 중국의 향후 전략을 가늠할 핵심 변수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군의 무인체계와 대함 전력 강화,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협력 확대가 맞물리고 있다. 양측이 억지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작은 오판이나 현장 충돌이 실제 군사대치로 번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양극화와 군산 기술 자립, 다자외교 공세는 결국 미국과의 장기 경쟁에 대비해 중국의 대내외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수렴한다. 중국이 이 과정에서 경기 침체와 사회적 부담을 얼마나 관리할 수 있을지가 향후 동북아 정세와 미중 경쟁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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