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세계여자아이의 날’ 제정 이끈 학생들 “의원님들, 지지해주세요”
청소년봉사단체 ‘더 체인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학생 40여 명이 17일 아침 국회를 찾아 국회의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10월11일이 ‘세계여자아이의 날’로 선포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국제아동후원단체인 플랜 인터내셔널과 함께 <Because I Am A Girl> 캠페인을 벌여 지난해 UN으로부터 ‘세계여자아이의 날’을 공식 지정받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세계 각국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소녀들에게 한국의 국회의원들 역시 관심을 갖고 지지해달라는 취지의 ‘포토세션’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박남춘 의원은 “학생들이 자발적 결집력으로 ‘세계여자어린이의 날’을 만들어 내고 오늘 행사도 마련한 것을 보니 희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캠페인 참여 독려 이메일에 가장 먼저 답장을 해줬다는 이원 욱 의원은 이번 행사를 마련한 학생들에 대해 “기특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국 학생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행복하지만, 비교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 줄세우기 교육으로 아이들을 성적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으로 바뀌고 있는데 어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 과거의 교육제도이다. 이런 면에서 국회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정우 의원은 “‘세계 여자아이의 날’을 지정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같은 또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마음 자세와 생각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시간을 쪼개서 현장을 다니며 자신들의 생각을 전파한다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다는 것”이라며 “한국도 나눌줄 아는 나라가 돼야 하는데 청소년부터 동참하고 있으니, 우리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더 체인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지난 달부터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의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이날도 50여 명의 의원들이 행사 참석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과 사진을 찍은 의원들은 고작 6명.
아침부터 국회의사당 앞에서 학생들이 행사를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국회 방호처의 제지를 받아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어깨띠를 두르지 못하고 계단에서도 밀려나 의원들이 이들을 만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찾아온 의원들은 기념촬영 직전에?분홍색 어깨띠를 두를 수 있었지만, 결국 학생들은 준비해 온 70개의 어깨띠를 두르지도 못하고 겨우 사진만 찍을 수 있었다. 의원들은 ‘포토세션’에 이어 곧바로 시작되는 10시 제헌절 행사에 참석하러 갔다.
한편 ‘더 체인지’를 만들고 <Because I Am A Girl> 캠페인의 일환으로 다음달 8일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는 임현정(18)양은 “오늘 행사가 생각대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지만 패션쇼 등을 통해 세계 여자 아이들의 고통받는 현실이 널리 알려져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도 ‘일본군피해위안부’처럼 여자아이들이 무관심 속에서 상처받고 살던 시절이 있었는데, 개발도상국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는 여자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소혜 기자 fristar@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