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별세소식에 법정스님 “이제 내 생명의 뿌리가 꺾였구나!”
[아시아엔=김성구 <샘터> 대표이사] 샘터사에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법정 스님의 신간 <진짜 나를 찾아라>가 나왔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주 오래전 일입니다. 내가 송광사에 있을 때 조카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가 왔어요. 그걸 받아 들고는 문득 ‘아! 이제 내 생명의 뿌리가 꺾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라는 존재는 출가(出家)한 스님에게도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무게일 것이다. 아무리 법정 스님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던 듯싶다.
나는 지금 어머니를 떠나보낼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아흔두 살 어머니가 갑자기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지금껏 사경을 헤매신다. 화장실에서 쓰러지신 어머니를 급히 119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모셨지만, 의사가 없어 또 다른 병원으로 옮기면서 사태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당일 아침, 점심, 저녁을 어머니와 함께 웃으며 맛있는 돈까스도 먹고, 뒷짐 지고 명동 거리를 휘젓고 다니기도 했는데, 갑자기 병석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뵈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외모만 놓고 보면 어머니는 70대라고 해도 믿을 만큼 피부도 좋고 걸음걸이도 씩씩하다. 그렇게 어머니와 나눈 행복한 시간들이 불과 몇 시간전이었는데….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나와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나누던 어머니가 아무런 초점 없이 세상에 대해 눈을 감고 계신다. 나는 바로 어머니의 분신이다. 어머니가 자신의 피와 뼈를 녹여 만드신 게 나다. 스님 말씀처럼 나의 뿌리가 꺾였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 눈물은 말라간다. 하루하루 어머니 곁에서 1cm씩 멀어져 감을 고백한다. 아무리 “어머니! 엄마! 막내 성구를 알아보세요?” 외쳐도 어머니는 세상 끝에서 나를 바라보지 못하시는 것 같다.
“아직 살아 계십니다. 맞지요? 살아 계신 것이.” 벌써 꿈속에 어머니가 나타나 짓궂게 장난하는 막내아들을 나무라신다. 그래도 살아 있어 줘서 고마와요,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