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예기획사 쟈니즈 창업자 성착취 외면 NHK 사과 방송

[아시아엔=김도형 언론인, <한겨레> 선임기자·일본특파원 역임] 일본의 <NHK>가 지난 9월 7일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쟈니즈 사무소의 창업주 고 쟈니 기타카와(1931~2019)가 어린 소년들에 대해 장기간 걸친 성폭력을 자행한 사건에 대해 “그동안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자성한다”는 코멘트를 내고 이를 뉴스프로그램에서 보도했다.

“주간지 등의 보도로 쟈니즈의 성 가해 문제가 여러 차례 불거지고 2004년 법원이 성 가해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얇아 뉴스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전혀 다루지 않았다. 많은 어린 소년 등이 성 피해를 당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한 점에 깊게 자성하고 있다.”

쟈니즈 성학대 문제는 NHK뿐만 아니라 다른 민방에서도 다룬 적이 없다. 일본 연예계 슈퍼갑인 쟈니즈 문제를 다룰 경우 소속 연예인들의 섭외에 자장을 초래할까 우려해, 알면서도 모른 체한 것이다. 쟈니즈에는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스마프와 아라시 등 초인기 아이돌 그룹이 소속돼 있다.

또한 ‘아쉬운 쪽에서 알아서 기는’ 손타쿠(忖度 촌탁) 문화에 젖어서 알고도 모르는 체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쟈니즈 문제는 일본 언론의 역할 분담 문제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유명인의 성폭력이나 스캔들 등은 <주간분슈> <주간신쵸> 등 주간지에 역할을 맡기고 일본 주류 신문과 방송은 이런 문제는 잘 안 다룬다. 마치 역할이 구분된 것처럼 말이다.

1970년대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를 총리직에서 끌어내린 록히드사 수뢰혐의 보도도 주간지 보도에 의한 것이다. 때론 일간지 기자들이 주간지에 스캔들 정보를 흘려주거나 익명으로 기사를 쓰기도 한다.

이번 쟈니즈 성학대 문제도 1999년 <주간분슈>가 보도했으나 일본 주류 언론은 짜기나 한듯이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일종의 카르텔처럼 업계 관행이 오랜 동안 굳어지면서 유명 연예인을 꿈꾸던 어린 남자아이 수십명이 성 피해를 당해온 것이다.

2004년 법원에서 쟈니 기타가와에 의한 성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이를 보도한 곳은 방송은 전혀 없고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서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쟈니 기타가와의 미소년 성착취 문제는 1960년대에도 고발되어 소송까지 가는 등 2010년대까지 5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행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쟈니즈 진상조사팀의 보고서는 “매스미디어로부터 비난받지 않음으로써 쟈니즈사무소가 자정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고 은폐 체질을 강화해, 피해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고 NHK는 언급했다.

이는 그러나 올해 초 영국 BBC가 보도함으로써 더 이상 묵살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이번엔 국제적으로 관심이 높아짐으로써 쟈니즈로서도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결국 쟈니즈의 조카인 현 사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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