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되피절 부처님’ 민영
내 어린 시절
한다리 건너 관우리 지나
되피절 부처님 찾아가던 길은
초록빛 비단의 꿈길이었네.
바늘에 찔린 오른손가락
왼손으로 지그시 감싸 쥐시고
이승의 새빨간 노을을 보며
안스러이 웃으시던 되피절 부처님.
내 고향 철원이
毛乙冬非라 불리던 아득한 옛날
가난한 집 아이들 누더기옷을
꿰매주시다 다친 손가락.
그 손에서 흘러내린 자비의 피가
싸움에 지친 마음에 연꽃을 피워
철원 평야 매운 바람 거두어 가고
통일의 봄볕을 비쳐주소서!
*되피절 부처님은 민통선 안에 있는 도피안사到彼岸寺의 비로자나불을 뜻한다. 사변 전만 하더라도 철원 사람 모두의 원찰願刹이었다.
– 민영(1934~) 시집, <流沙를 바라보며>, 창작과비평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