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큰 눈’ 장석남

큰 눈이 오면,
발이 묶이면,
과부의 사랑舍廊에서처럼
편안함이
일편 근심이
뒤주 냄새처럼 안겨온다

큰 눈이 오면,
눈이 모든 소란을 다 먹으면,
설원雪原과 고요를 밟고
와서 가지 않는 추억이 있다

한 치씩 나앉은 사물들 모두
제 아버지가 온 듯
즐겁고, 희고
무겁다

– 장석남(1965~ )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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