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상황’에 갇혀 사는 사람, ‘주 안’에 갇혀 사는 사람

“감옥에 살아도 갇혀 살지 않는 사람이 있고, 감옥 밖에 살아도 감옥 같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에베소에 쓴 편지에서 느껴지는 바울은 감옥에 갇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고 평안하고 당당합니다. 그는 주 안에 갇혀 살았습니다.” 사진은 멕시코 산타마르타 교도소


*에베소서 4-6장

“그러므로 주 안에서 갇힌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엡 4:1)

에베소서는 바울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쓴 편지입니다. 그런데 편지 어디에도 석방을 위한 기도부탁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나기를 희망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는 갇혀 있는데 마치 갇혀 있지 않은 사람 같습니다.

감옥에 살아도 갇혀 살지 않는 사람이 있고, 감옥 밖에 살아도 감옥 같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에베소에 쓴 편지에서 느껴지는 바울은 감옥에 갇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고 평안하고 당당합니다. 그는 주 안에 갇혀 살았습니다.

감옥은 주 안에 갇힌 바울을 가두지 못했습니다. 그의 편지는 감옥을 넘고, 시대를 넘고, 언어를 넘고, 사람이 만든 모든 경계를 넘어 지금 우리에게까지 이르렀습니다.

상황에 갇혀 사는 사람이 있고, 주 안에 갇혀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황에 갇히면 막막하지만 주 안에 있으면 자유합니다. 나는 어디에 갇혀 살고 있을까요?

인간이 선악과를 먹고 범죄한 후 갇힌 곳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탈출하기 힘든 나 자신이라는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이 감옥은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탈옥 방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내 시야, 내 생각, 내 지식, 내 경험, 내 편견, 내 기분, 내 입장, 내 소유, 내 프레임 등등, 아무리 깨고 나가도 끝이 없습니다.

세상은 자유로워지려는 몸부림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려고 돈을 법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려고 갑이 되려 합니다. 그런데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욕망의 노예가 되겠다는 것 아닌가요? 실상은 자기를 착취하면서 자기를 성취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삽니다. 사실은 점점 더 얽매이고 있으면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환각 속에 삽니다.

예수님은 내 속에 갇혀 있던 나를 구출하셔서 주 안에 머물게 하십니다. 평생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지내던 바울은 예수님을 만나고 주 안에 갇힙니다. 주 안에 갇혔더니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풀려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주 안에 갇혔더니 그 어떤 것에도 갇히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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