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사랑의달팽이 ‘소리숲카페’ 오픈이 아주 특별한 이유

강북의 최고 핫플레이스의 하나로 자리잡은 성수동에 명품 카페가 문을 열었다. 소리숲카페(성동구 뚝섬로 47-7)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21일 오픈한 소리숲카페는 바리스타도, 서비스도 청각장애인이 맡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커피맛이 일품이란 점이다.

소리숲카페는 이날 오후 4시 조촐한 오픈식을 가졌다. 김민자 사랑의달팽이 회장, 한국인공와우사용자협회 안재권 회장, 그리고 청각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홍소라씨 등의 인사말, 소개영상, 청각장애인 바리스타 김가영씨의 이야기와 클라리넷(손정우 등 7명) 앙상블 공연 등이 이어졌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100명 가까운 축하객들은 순서마다 힘찬 박수를 보내고 소리숲카페의 앞날을 축복했다.

<아시아엔>은 독자들의 청각장애인과 소리숲카페 오픈을 축하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홍소라씨 인사말 전문을 소개한다.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6분 가량 읽었는데, 4-5차례 눈물을 흘리고 목이 메이곤 했다.  

먼저 이렇게 요즘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성수동에 핫한 카페 소리숲카페를 열어주셔서 너무 감사 드리고요.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청각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돕는 소리숲카페를 오픈하게 된 것을 진심을 담아 축하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첫째 딸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난청 판정을 받았고 그 계기로 해서 사랑의달팽이를 알게 되고 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난청 아동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대학원에서 언어치료를 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카페 오프닝에 초대를 받고 어떤 카페인지 궁금해서 사랑의달팽이 홈페이지에 있는 소리숲카페 소개글을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에 이런 문구가 표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기쁘게 미소짓는 이곳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가 함께 하는 소리숲 카페입니다.”

저는 이 소개말을 보고 이보다 더 적절한 소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언어치료대학원에 다니면서 인공와우 수술을 한 아동들을 많이 만나보니 인공와우 수술도 큰 일이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능훈련(聽能訓練)을 비롯한 재활과정이 참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어를 배우고 학교에 적응하고 졸업해서 사회에 적응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에는 끝없는 새로운 어려움이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 한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주변을 지켜주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 와서 바리스타분들과 이 클라리넷앙상블 학생들을 보니까 그냥 젊은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용기와 부모님의 사랑으로 그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멋진 영웅들로 여겨져서 존경심이 느껴집니다.

청각장애인들의 듣는 귀와 입에서 나온 말 한 마디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헤아릴 수 없는 눈물과 헌신의 결과이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 더 많은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리숲카페가 청각장애인들의 사회적응을 돕고 사회진출을 도와주는 카페로서 잘 운영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서 누군가 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기 바랄 때 사람들이 찾아와 자신의 말을 누구보다 귀기울여주는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나를 응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헌신으로 나오게 된 우리 바리스타들의 목소리를 듣고 힘과 희망을 얻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안의 용기가 사라져갈 때 사람들이 찾아와 이 모든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는 우리 직원들을 보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얻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서로의 존재로 인해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리며 제 말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