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선관위 직원 집단성명과 조해주 상임위원 사퇴 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해주 상임위원이 임명장 수여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로 부인과 노영민 비서실장 모습이 보인다.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21일 사퇴했다. 사상 초유의 선관위 직원 전체의 반발이 빗발쳐서다. 문재인 대통령 캠프의 특보 출신인 조해주 상임위원은 임명 당시부터 정치 편향 시비를 불렀다.

이런 조해주의 임기를 비상임으로 연장하는 ‘꼼수’를 부리려다 선관위 중립성 시비에 직면했다. 선관위의 집단행동에 놀란 문 대통령도 조해주 상임위원의 사표를 끝내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의 상식 밖 인사 파행으로 선관위에 대한 국민 신뢰는 무너졌다. 국가 주요 행사인 3.9 대선의 공정한 관리도 신뢰하기 힘들게 됐다는 말이다.

조해주는 전날까지 임기 만료 후 비상임으로 임기 3년을 더 이어가겠다는 자세를 무모하게 고집했다. 그러자 선관위 내부통신망에는 삽시간에 조해주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글들이 수백개 올라왔다.

“퇴임하기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부탁한다.” “주군인 문(文·문대통령 지칭)이 준 자리라서 안 떠나냐 못 떠나냐?” “수십년 쌓아온 선관위 공정성을 훼손했다.” “국민 신뢰 잃으면 개헌 때 행안부 선거관리과와 지자체로 찢어진다.”

24일 3년 임기가 끝나는 그는 올해 초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과 측근들은 그가 낸 사표를 반려했다. 선관위 내부에서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친여 성향의 선관위원들로만 치르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앙선관위 간부진의 집단 성명(20일), 전국 17개 광역 선관위 간부들의 사퇴 촉구로 이어졌다. 시작은 작았으나 나중은 커질 대로 커졌다. 마치 눈사태처럼 집단 반발은 걷잡을 수 없는 규모로 돌변했다. 선관위 실·국장단, 과장단, 사무관단 역시 공동 성명을 내고 조해주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명은 “선거가 임박한 때 퇴임기회를 놓치면, 양대 선거 과정과 결과에 비난과 불복이 지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6급 이하 직원 협의회인 ‘행복일터가꾸기위원회’도 성명에 동참했다. 사실상 선관위 전체가 “중립성이 훼손된다”며 저항한 거다.

일부 직원은 조해주 집을 찾아가 사퇴 촉구문을 직접 전달하려 했다. 조해주는 겁이 났던지 19일부터 연가를 내고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직원 대표들은 노정희 선관위원장 면담을 요청하며 항의 뜻을 표했다. 조해주의 휴가로 비서관이 사퇴 촉구문을 전달한 바 있다. 조해주에게 직원 전체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진 이유는 자명하다.

대통령의 사표 반려를 핑계로 선거공정관리가 생명인 선관위에 치명타를 가하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1963년 선관위 설립 이후 관례를 깨고 상임위원 임기(3년)를 연장하는 꼼수를 부린 사람은 조해주 상임위원이 유일하다.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의 처사를 꼬집는다.

“대통령이 말렸더라도 고사했어야 한다. 냉큼 ‘아니다’라고 했어야 한다.” “조직에 한줌의 애정조차 없는 사람이 줏대까지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우리가 헌법기관의 위상을 지키며 존재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아픈 것은 “조롱해도 좋아요. 해임하려면 해보세요. 주군이 주신 자리니까요”라며 비꼬는 글이다.

헌법기관 직원들이, 그것도 상하가 혼연일체로 하나가 돼 집단행동에 나선 예는 전무하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돈다. 조해주 상임위원 임명 이후 2020년 ‘4·15 부정선거 의혹’ 등 선관위에 대한 중립성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선관위 직원들의 자괴감과 불만이 누적돼오다 폭발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선관위는 여당을 연상시키는 파란색 택시 광고를 제작하는 짓을 저질렀다. 당연히 논란이 일었고, 야당과 시민사회의 비판으로 벌집을 쑤신 듯했다.

또 김어준의 TBS ‘일(1)합시다’ 캠페인은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보궐선거 왜 하죠?’ ‘내로남불’ 같은 문구는 못 쓰게 했다. 여당 편향이란 반발을 자초했다. 여당에 치우친 편향된 결정의 중심에 조해주가 있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중립과 공정성이 생명인 선관위가 거센 비난을 자초한 데는 선관위원 구성의 편향성 탓이 크다.

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한 인사는 “초유의 사태에 노정희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누구의 제안을 받고 그런 상식 밖 인사를 했는지 그 경위를 밝히고 책임자는 문책해야 한다. 대선의 공정 관리와 관련한 문제로 문 대통령은 심각한 비판과 도전을 받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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