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선비문화 수련생 ‘착한사람 많은 사회’ 퇴계 소망 잇는다

김병일 이사장(앞줄 오른쪽)이 수련생들과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설립 20년만에 100만명 이수. 주인공은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생”

경북 안동 소재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이사장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에 따르면 서울 중계중 1학년 김도원양이 지난 1월 4일 수련원 100만명째 수련생으로 기록됐다.

수련원 100만번째 수료생인 김도원양(왼쪽에서 네번째)이 김병일 이사장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1년 11월 도산서원 부설 민간기구로 설립된 지 20년 만 2개월만이다. 아래 글은 김병일 이사장이 최근 <e대한경제>(옛 <건설경제신문>에 기고문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퇴계 이황(1501~1570)의 선비정신을 기리고 익히기 위해 출범한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사정은 몹시 어려웠다. 퇴계선생이 소원한 착한 사람이 많은 도덕사회를 구현하려는 목표와 의지는 뚜렷하였으나 가야할 길은 막막했기 때문이다. 퇴계 종손의 발의에 따라 문중에서 갹출한 1억원을 기본자산으로 설립은 했지만 수련에 필요한 건물은 도산서원과 막사 수준의 간이건물, 지원인력도 은퇴한 원로교육자 3~4명이 고작이었다.

설립 20년만인 지난 4일 수련생 100만명을 기록한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에서 퇴계 이황의 종손 이근필 선생이 수련생들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 매일신문>

첫 수련생은 설립 이듬해(2002년) 여름방학 때 2세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들이었다. 마침 새로 취임한 김휘동 안동시장과 지방교육당국으로부터 부족한 경비를 특별 지원받아 8차례에 걸쳐 224명의 수련이 이루어졌다.

특히 당시 여교사에게도 입소를 허용한 일은, 도산서원 창설 426년간 지속돼온 ‘금녀의 집’ 빗장을 푼 ‘획기적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이를 계기로 선비수련에 대한 호응이 날로 좋아져갔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2007년에는 교사와 학생 등 2800여명이 이수하였다. 설립 5년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새로운 건물동이 정부 지원으로 2009년 착공, 2011년 완공되면서 금융기관과 기업체 임직원 등 직장인들의 입소가 줄을 이었다. 이들은 “조직과 직장이 지속가능하려면 겸손, 존중, 청렴의 선비정신이 더욱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하였다. 전국적으로 반응이 크게 일면서 정부 지원이 재차 일어나 2016년 원사 한 곳이 추가로 완공됐다. 두 원사를 합쳐 총 50실의 숙소와 200명 수용 규모의 강의실이 갖추어져 연간 4만~5만명이 선비수련을 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수련원 전경

이와 함께 인성교육 욕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2015년에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선비수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수련원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는 소리가 커졌지만 문화재인 도산서원 인근에 건물을 계속 지을 수는 없었다.

이에 2012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하던 ‘찾아가는 학교선비수련’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학생들이 멀리 수련원까지 오지 않고 자신의 교실에서 교장선생님 출신의 수련원 지도위원들로부터 지도를 받는 방식이다. 학교와 협의하여 하루 4시간 다양한 선비체험 인성교육을 실시하였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눈에 띄게 공손해지니 호응하는 학교가 늘어나 전국으로 확대되어 나갔다. 이에 힘입어 2019년 한해에만 18만6천명이 이수하였다. 175명의 지도위원들이 현장에 나서고 20명의 상근 직원이 뒤에서 지원하였다.

그러다가 2020년 초 코로나19로 숙박수련은 한동안 금지가 되었고, 학교 또한 등교가 제한되는 바람에 수련원 형편이 어려워지고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수련원측은 상근 직원을 크게 줄이고, 남은 직원도 임금을 삭감해가며 활로를 찾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겨우 전년도 1/3 수준인 6만8천명에 머물렀다. 이런 추세는 2021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에게 ZOOM을 활용한 비대면 원격 지도를 도입하고, 코로나로 울적한 가족들을 위해 ‘서원행(書院行)’이란 주말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행히 조금씩 살아났다. 작년 후반기 위드 코로나로 성당의 자원봉사자, 여성 불교수행자, 대기업 노사간부 등의 참여로 점차 활력을 찾아지난해 11만 2천명의 수련생을 배출, 누적 99만 8천여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4일 드디어 100만 고지에 도달했다.

최근 코로나가 다시 기승 부리면서 1~2월 예정된 수련이 연기되고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올해부터 코로나로 수련이 위축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직원 인건비를 지원하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 다소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김병일 이사장은 칼럼을 이렇게 마무리 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인성교육은 더욱 필요하다는데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이런 공감에 부응하는 길은 100만명 달성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밑거름 삼아 200만, 300만 시대를 열어나가 우리사회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계속 열릴 것이다. 이제 머뭇거리지 말고 그 길을 힘차게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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