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싸우다보면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미루나무는 두 그루가 서 있다. 이들은 다툼도 미움도 없다. 그저 옆 나무를 지그시 바라볼 뿐. 식물도 그럴진대, 우리들 사람이야···.<사진=김용길 동아일보 기자>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창세기 32:28)

야곱은
이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
평생을 산 사람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쌍둥이 형을
이기고 싶은
동생이었습니다.

결국
형을 이기고
장자권을 손에 넣었고

외삼촌 집에서도
열 번이나 뒤통수를 맞았지만

마지막에는
외삼촌의 뒤통수를 칩니다.

지고는 절대 못사는
집요한 버릇 때문이었을까요.

한 밤 중에 나타난 존재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이기고 보는 야곱입니다.

상대의 로우킥에
고관절이 나갔지만

상대가
내가 졌다고
인정하기까지

야곱은
야곱이라는 이름답게
상대를 끝까지 붙들고는
놓아주지 않습니다.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자신이 겨룬 대상이
하나님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내가 이긴 게 아니라
하나님이 져주셨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스라엘 :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이긴 야곱이
대단하다는 뜻일까요?

야곱같은 자에게도
져주실만큼
자비로우신 하나님,
이것이 ‘이스라엘’의
진정한 의미 아닐까요?

싸우다보면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늘 먼저
꼬리를 내리기 마련입니다.

이번 대결에서
하나님이 야곱에게
가르쳐주신 것은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져도 괜찮은 여유
아니었을까요?

뭐든 이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자존심이
꺾이고,

절뚝거리며
지팡이와 타인에게
의지할 줄 아는 인생을
살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의 인생에
다시 해가 뜹니다.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의 허벅다리로 말미암아 절었더라”(창세기 32:31)

ㅇ통독
창세기 31-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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