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90] 이·윤 두 법조인출신 부패고리 근절할까?

우리는 헌정사상 노무현에서 문재인에 이르기까지 두명의 법조인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다. 20대 대통령도 이변이 없는 한 법조인 출신이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정의와 공정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법조인 출신들이 대통령직에 앉으면 과연 부패근절이 더 앞당겨질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사진은 이탈리아에서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를 주도한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검사.  

 

요즘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부패입니다. 윤석열 후보도, 김종인 선대위원장도 문재인 정부를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라고 몰아부칩니다. 문재인 정부가 무능하다는 데에 동의하는 시민은 많겠지만 부패했다고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민들이 많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부패사건이 밝혀진 일이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대장동개발 특혜·로비의혹’도 이제 겨우 법정공방이 시작돼 실체적 진실이 다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마침 12월 9일 오늘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반(反)부패의 날입니다. 2003년 오늘 멕시코의 데리다에서 조인된 ‘UN 반부패협약’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각 나라의 부패 수준을 평가하는데 유용한 잣대 가운데 하나가 국제투명성기구(TI)가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입니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2020년에 100점 만점에 61점으로 180개 나라 중 33위를 차지했습니다. 역대 최고점수에 최고순위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도 52위(53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1위(54점)로 한 계단 오른 뒤 2018년도 45위(57점), 2019년도 39위(59점)에 이어, 2020년도 33위로 4년 연속 국가청렴도가 오른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1974년 오늘은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총리가 사임한 날입니다. 다나카 총리는 2000년 아사히 신문이 조사한 ‘지난 1000년의 일본의 정치리더 인기투표’에서 4위를 차지한 인기 정치인이었습니다. 1,2,3위는 근대 이전의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였으니 현대 일본정치에서 그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잘 나가던 다나카 총리가 물러나게 만든 건 바로 ‘검은 돈’입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다치바나 다카시의 취재로 그의 비자금과 뿌리 깊은 정경유착이 드러났습니다. 그 뒤 다나카는 미국 록히드사로부터 5억엔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징역 4년, 추징금 5억엔)를 선고받았고 상고심 진행 중 사망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옥살이를 한 대통령 4명(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모두 부패로 처벌받았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의 주요 죄목은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혐의지만 불법적인 비자금조성으로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도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뇌물수수와 관련해 두 사람 모두 2,000억원대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습니다.

다스를 비롯한 각종 비리 논란에 휩싸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천여만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역시 복역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뇌물, 블랙리스트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새누리당 공천개입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 선언하고 공직자윤리법, 금융실명제를 도입한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대국민사과까지 했습니다. 국가청렴위원회를 만든 김대중 대통령도 ‘홍삼트리오’라 불렸던 아들들의 비리 연루로 역시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박연차게이트 등과 관련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런 불행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3.9 대선에서도 부패와 비리에 연루되지 않을 깨끗한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상대에 대해 부패했다고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팩트를 근거로 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부패를 막을 정책대안들을 제시해 시민의 평가를 받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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