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의 대선 길목 D-97] 뺄셈의 정치, 덧셈의 정치

국민의힘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준석 당 대표(왼쪽)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참석한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엔=손혁재 자유기고가] 다른 후보들이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3.9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가 아닌 제3의 후보가 당선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제3지대가 만들어지기보다는 다른 후보들이 이-윤 양자구도의 구심력에 끌려들어 갈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제3지대가 만들어지더라도 기존 정치구도에 균열을 내지는 못할 겁니다.

이-윤 양자구도를 위협하는 요인은 오히려 각자의 내부에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통합과 쇄신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양자가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앞서나가는 건 누가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후보가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윤 후보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내부 통합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당의 쇄신과 변화를 호소하고, 이에 맞춰 당 체제와 운영의 무게중심이 이 후보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더불어민주당의 변화를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문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이 후보의 손을 아직 흔쾌히 잡아주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급하기는 국민의힘이 더합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선뜻 윤 후보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준석 당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선대위 구성 등 대선과정에서 대표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려는 이 대표와 당 운영을 후보 중심으로 바꾸려는 윤 후보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것입니다.

젊은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후보 선출과정의 컨벤션 효과까지 겹쳐 국민의힘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에 여유 있게 앞서 왔습니다. 컨벤션 효과가 서서히 빠지고 있는 국면에서 대표와 후보의 내분은 지지율을 까먹을 것입니다. 더구나 국민의힘의 취약지대인 2030 남성청년들의 지지를 책임질 이 대표의 당무 거부는 뼈아픈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선대위를 김종인-김병준-김한길로 이끌어가겠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국민의힘이 덧셈의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김병준 전 부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는 안철수 후보와 함께 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하면 발을 빼고 비켜서 있는 이낙연 전 총리를 끌어들이지 못한 이재명 선대위는 뺄셈의 정치로 비칩니다.

국민의힘의 덧셈은 한마디로 하면 ‘반(反)문재인 모여라’입니다. 국민의힘에겐 ‘반문재인’이 유용한 전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낮아지고 있고, 부동산 정책 등의 실패로 정권교체론이 강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문재인 통합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혁신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이념, 정책, 가치, 인물을 내걸어야 합니다.

정말 필요한 덧셈은 무조건 아무나 끌어모으는 것이 아닙니다. 예컨대 김병준 위원장은 한때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하는 혁신적 인사였습니다. 그렇지만 탄핵으로 쫓겨난 박근혜 대통령이 쫓겨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제안한 총리직을 수락했으나 끝내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하고 모양만 빠졌던 전력이 있습니다.

국민은 권력에 대항하거나 탄압받는 정치인들, 기존의 정치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사람을 지지하는 경향이 큽니다. 김영삼과 김대중 대통령은 권력의 탄압에 맞섰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대통령은 못되었으나 김영삼 대통령에게 대드는 대쪽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도 정치입문 몇 달 만에 대선후보가 된 것도 정부의 탄압에 맞서는 이미지 때문입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입니다. 지금 같은 어설픈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이거나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정말 필요한 덧셈은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정책,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아닐까요?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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