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걸린 재회’···노태우 대통령 빈소의 특별한 조문객
[아시아엔=글/사진 이상기 기자] 그들이 다시 만나는데 32년 걸렸다. 27일 낮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에서 일어난 일이다.
민병돈 전 육사교장(육사 15기)이 26일 별세한 노태우 전대통령(육사 11기)에 큰절을 두번 반 올렸다. 육사와 군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 선후배인 두사람 사이에,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이냐고 물을 수 있겠다.
그러나 전두환 전대통령의 5공과 노태우 전대통령의 6공 군맥의 미묘함을 아는 이들한테는 민 교장의 노 대통령 조문은 예상 밖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1989년 3월,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육사 45기 졸업식 행사장에서 민병돈 당시 교장의 6공 북방정책 비판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민 교장은 자의반타의반으로 군복을 벗고 민간인 신분이 됐다.
민병돈은 노태우에게 권력을 넘겨준 전두환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쓴소리를 마다지 않아 군내에선 ‘민따로’란 별명으로 통했다.
그는 공수여단장, 20사단장, 특전사령관 등 순수 야전통으로 정치군인과 군의 정치개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스스로 “나는 뼛속까지 군인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자부해왔다.
1987년 6월 특전사령관 시절 민병돈은 ‘전두환 청와대’의 계엄선포 의지를 꺾을 정도로 소신이 남달랐다. 또 전두환의 노태우로의 권력승계에 대해서도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민병돈은 6공의 대북한 및 북방정책과 관련해 군부나 시대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 없이 인기영합 방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민병돈 장군이 1989년 육사졸업식 이후 노태우 대통령과 거리를 둔 채 선을 그어옴에 따라 5공 및 6공의 군맥 사이에서도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27일 민병돈 장군이 노 전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은 향후 5, 6공 출신 군인사들의 소통이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그것은 조문이 6공 군맥의 대표인사인 안병호 전 수방사령관(육사 20기)이 민 장군에게 적극 권유하면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안병호 장군은 “민병돈 장군이 노 대통령에 대해 크게 맘을 열었다”며 “이제부터 민따로가 아니라 민 대인으로 부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 장군 역시 “오늘 노태우 대통령 조문을 해 맘이 편하다”며 “안병호 후배 덕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