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살아 있는 땅이 농사짓기에도 좋다”
[아시아엔=김제경 한농제약 대표] 화학비료의 맹점은 흙에 들어가면 바로 이온화되어 작물이 미생물 도움 없이 영양을 직접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흙에 무기질 영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미생물이나 지렁이 같은 생명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렁이가 살아 있는 땅이 농사 짓기에도 좋다. 지렁이 똥이 땅을 기름지게 하는 천연 거름이기도 하지만, 지렁이가 땅을 잘 헤집고 다녀 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틈새가 많아지면 흙이 부드러워진다. 부드러운 흙은 보수성(保水性)과 배수성(排水性)이 매우 좋다. 물은 많으면 썩고 적으면 말라 버리니, 물을 머금고 내뱉는 균형이 아주 중요하다. 이처럼 흙에 틈새가 많아야 다양한 유기물을 포함할 수가 있고, 덕분에 먹이 걱정 없이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식처로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생태순환의 먹이사슬이 만들어진다. 작물들이 썩어 흙 속의 유기물로 축적되면 이를 미생물이 먹고, 미생물이 먹고 배설한 것이 다시 작물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발효가 덜 되었거나 부패된 유기물이 많거나 생흙이 많으면 먹이사슬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해충만 들끓게 된다.
토양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토양미생물과 작물은 토양산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토양산도는 pH(potential Hydrogen)로 표시하며, 7을 중심으로 낮은 숫자는 산성, 높은 숫자는 알칼리성으로 보는데, 식물은 pH4~pH8.5에서 생장할 수 있다. 보통은 중성이나 약산성에서 잘 자라며, 이는 양분 공급에 절대적인 영행을 주는 토양미생물의 번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발효된 흙 1g에는 1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박테리아 1억 마리, 방선균 2천만 마리, 원생동물 1백만 마리, 조류와 균류가 20만 마리라고 한다.
이들 미생물은 크게 호기성균과 혐기성균, 그리고 조건적 혐기성균으로 나뉜다. 지구가 탄생하여 아직 산소가 없을 무렵에 활동한 것이 혐기성균이고,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가 발생하여 지구에 산소가 생기자 호기성균이 생겨나 활동하게 된 것이다.
호기성균은 산소호흡을 하고 유기물을 분해하여 무기물과 황산가스로 만든다.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누룩곰팡이, 납두균, 초산균이 여기에 속한다. 혐기성균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활동하고, 유기물의 부패와 발효를 촉진시키는 미생물이다. 낙산균이 여기에 속한다.
조건적 혐기성균은 산소가 있어도 없어도 활동할 수 있는 통성혐기성 미생물이다. 모두가 잘 아는 유산균, 효모균, 페니실린 등의 항생물질(곰팡이균, 대장균 등)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흙이 산성으로 변하면 나쁜 병원균과 내성이 생긴 해충이 득실거리게 된다. 이처럼 생태계가 깨진 자리를 화학비료로 메우기를 반복하면 흙에 염류가 축적되어 사막화되기에 이른다.
환경오염 중 특히 토양오염이 염려되는 것은, 토양은 물이나 공기와는 달리 복원이 힘들기 때문이다. 물이나 공기의 경우는 스스로 정화작용을 통해 일정 수준의 오염을 복원하는데, 토양은 그런 정화작용이 거의 없다. 미생물과 분해 에너지 등을 이용한 복원 방법이 있으나 비용과 시간 등의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집중호우로 인한 강우량이 많아 석회, 마그네슘, 칼륨 등 염기가 쉽게 빠져나가 산성화되기 쉽다. 수분과 양분의 보유력과 자정력을 갖게 하는 유기물도 잘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