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농민시위는 왜 ‘뜨거운 감자’가 됐나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엔=군짓 스라 인도 sbcltr 편집장] 인도 정부는 작년 6월 새로운 농업개혁 법안을 발표했다. 농민들은 법안에 반대했지만 정부 입장은 확고했다.

법안은 2020년 9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인도의 전국 30개 농민노동조합 주도의 법안 폐지 요구시위가 11월 26일까지 이어졌다. 긴 행렬을 이룬 농민들은 수도 뉴델리를 향해 행진했다. 정부는 법안 일부를 수정해 18개월간 시행을 보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수정안이 아니라 법안의 완전 폐지다. 2021년 2월 말까지도 양측은 여전히 대치상태에 있다.

인도에서 농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다. 도시화·산업화·현대화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전체 인구 중 농민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선 농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인도 하원의원 정족수 가운데 83.5%가 농촌지역에 속해 있다. 국민의 6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농민의 85%는 빈곤층과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며, 농업은 인도 전체 GDP의 18%를 차지할 뿐이다.

정부의 농업개혁 법안은 농산물 유통과 판매 대부분을 민간영역에 맡기겠다는 게 핵심이다. 인도에서는 그간 정부기관인 농산물시장위원회(APMC)의 관리하에 농산물 가격 책정과 유통이 이뤄져 왔다. 인도는 이런 농산물 국가관리 체제 덕분에 1960년대 ‘녹색혁명’을 거쳐 식량자급에 성공했다. 새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농민들은 국가 도매시장 대신 민간 유통업체와 직거래할 수 있게 됐다.

인도에선 생필품 비축(사재기)이 불법으로 간주되었으나, 법안에 따르면 농산물 비축이 허용된다. 또한 농민들은 정부 규제 하의 도매시장에서 최저가격을 보장받았으나, 새 법안은 이를 폐지한다. 농민들이 반대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정부기관 대신 민간이 농산물 거래에 나설 경우 농산물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농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물론 지금도 개인사업자의 농산물 구매를 허용하는 주(州)도 있지만, 최저가격이 보장되고 있다. 협상에 나선 정부는 일정 수준의 최저가격은 보장하겠다면서도, 이를 법으로 보장해 주는 것은 꺼리고 있다. 농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며 반발하는 이유다. 또 다른 쟁점은 계약농업 조항이다. 새 법률에 따르면 계약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농민이 직접 법원에 제소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법원 대신 지방 행정당국이 맡게 될 경우 농민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결정이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농민시위가 장기화 됨에 따라 국제사회의 관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제인권감시(The Human Rights Watch)는 인도 경찰당국이 최루탄과 물대포, 경찰봉을 사용해 농민시위대의 수도 진입을 막은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규탄성명을 냈다. 국제인권감시는 인도 경찰 당국이 델리 시위현장 취재진을 시위 선동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언론자유의 보장을 요구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가수 겸 배우 리아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명사들 역시 계속되는 농민시위에 우려를 표했다. 그럼에도 인도 정부는 “인도의 내부 문제”라고 무시한 채 귀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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