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테너 ‘임웅균의 뉴스타트!’…쇼는 계속된다
[아시아엔=권혁임 <아시아엔> 독자] “빨리 가자!” 난생 처음 딸과 단 둘이 가는 음악 콘서트에 나는 어린이처럼 들떠 있었다. 수년째 공연장을 찾지 못했던 나는 작년엔 코로나로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런데 TV나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정신 놓고 빠져들던 ‘그 유명한’ 국민테너 임웅균 선생님의 콘서트에 초대받다니···.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게다가 사랑하는 딸과 음악회에 동행하다니! 지병으로 몇 달째 요양 중인 장성한 딸은 어린아이처럼 좋아라 했다.
임웅균 교수는 65살 정년퇴임 무대가 무색하리만큼 온몸을 ‘공명통’ 삼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들었다 놨다 했다. 맑고 힘찬 음색은 공기를 산뜻하게 가로질러 내 영혼을 파고들었다. 특히 첫 곡으로 부른 ‘생명의 양식’은 절규 가득한 음색으로 내 온 신경에 박혀왔다. 고운 한복으로 갈아입고 부채를 든 채 흥겹게 ‘밀양아리랑’을 부를 때는 엄청난 폭발음에 전신이 흔들려 내 힘으로는 받아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온 몸이 희열과 환희에 차서 미세한 떨림과 벅찬 진동으로 꽉 차 올랐다. 온 몸이 팽팽한 긴장감의 전율로 도는구나! 내가 느끼는 만큼 임 교수는 혼신을 다해 한 곡, 한 곡 불렀다.
그가 쏟아내는 엄청난 에너지에 그 스스로 기진맥진, 아슬아슬하기만 했지만 임웅균 테너는 곧 기운을 차려 짠한 미소를 지었다. 재생한 그의 표정을 나와 딸은 눈짓으로 주고 받으며 함박웃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인사하고 퇴장하는 그에게 “빨리 다음 곡 불러달라”며 중얼대며 기립박수를 쳐댔다.
이번 무대는 임 교수의 정년기념 음악회로 그의 많은 제자들이 찬조 출연했다. 그는 교수로서 마지막 무대에 평소 아끼고 실력을 전수해준 제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올리고 싶었을 것이다. 40년간 교단을 지켜온 임웅균 교수에게 제자는 영원한 A/S 대상이 아닐까 싶다. 그가 한곡 부르면 바통을 받듯 제자들이 나와 실력을 나투었다. “임 교수에게 정말 잘 배웠구나” 하는 감탄이 들 정도로 제자들은 동요부터 가요, 오페라까지 다양한 노래의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노래 속에는 스승과 제자의 신뢰와 사랑이 끈끈하게 느껴졌는데, 특히, 공연의 대단원을 장식한 ‘어머니의 은혜’ 연주는 제자들이 스승에게 바치는 사은회 같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청중까지 하나 되어 부른 마지막 곡 ‘푸니쿨라’다. 알프스산맥의 푸니쿨라 기차는 힘겹지만 결국 정상을 향해 고개를 넘어간다. 다 함께 박수를 치며 부른 그 곡에서 객석과 무대를 가를 것 없이 ‘모든 아름다운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는 설렘과 희망을 새겨주는 듯했다.
그래서, 그의 콘서트 제목이 ‘뉴 스타트’였는가? 임웅균의 쇼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고 있다. 임웅균 교수의 퇴임무대는 ‘코로나 종식’을 염원하고 예고하는 썩 기분 좋은 예감을 내게 던져줬다. “코로나여, 이제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