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손동우 ‘경향’ 기자···”불의를 향한 호통, 약자를 향한 눈물”

경향신문 논설위원과 언론진흥재단 경영본부장 등을 지낸 손동우 언론인이 31일 별세했다. 향년 62. 경북 포항 출신인 고인은 1984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장, 인천경향 편집국장, 기획에디터,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경향신문 퇴직 후 2015년부터 EBS 이사, 2018년부터 언론진흥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현숙씨와 딸 유라씨, 아들 장희씨가 있다. 빈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 2일 오후 1시, 장지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02)2072-2018

다음은 고인의 경향신문 선배인 김택근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글과 댓글 일부다. <편집자>

후배 손동우와 선배 김택근. 이들은 경허(경향신문 허당들 모임) 멤버로 인간사와 막걸리를 나누는 벗이었다.

손동우 언론인이 세상을 떴다. 생이란 한조각 구름같은 것이라지만 슬프다.

후배였지만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논설위원으로 있는 동안 우리는 내내 붙어 앉아 있었다. 회의 때마다 현안에 대한 해석은 명쾌했고 발제를 할 때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정의에 바탕을 둔 균형감각은 사설에서도 빛이 났다. 그는 사달(사설의 달인)이었다. 손동우가 부러웠다. 낮에도 밤에도 함께 많이 마셨다. 그는 술을 마시고도 논지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의 불의를 향한 호통을, 약자를 향한 눈물을 잊을 수없다. 술자리에서도 수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큰일을 해야했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일이 많은데 이렇듯 가버렸다.

경향에서 열심히 일했건만 약간 처진듯 살았던, 그럼에도 경향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작은 모임이 있다. 경허(경향의 허당들)회이다. 고인은 이 모임에 나올 때마다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가 있으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제 누가 손 동지의 뒤를 이을 것인가.

위중함을 알고 감히 병세를 묻지 못했건만 그가 먼저 전화를 해왔다. 그때 미안하고 부끄럽고 또 고마웠다. “김 선배, 뭐 죽기밖에 더하겠습니까.”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가 남긴 것들은 우리 가슴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대는 가시고 우리는 남았지만 언젠가는 또 만나서 술 한잔 할거요. 손 동지가 원했던 세상을 알기에 열심히 살아볼까 합니다. 비록 힘이달려도 노을빛이라도 끌어 모으겠소이다.

이제 편히 쉬시오.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언론인 손동우!” (김택근 곡)

손동우 언론인. 이 사진은 고인의 경향신문 시절 ‘손동우의 정동만필’에 함께 올랐던 사진이다. 

다음은 윗글에 달린 댓글들

“나에게는 아직도 독일 특파원으로 각인이 되어있는 손기자의 비보가 마음 한켠을 아리게 합니다. 삼가 손기자의 영면을 빕니다.”

“아하, 저와는 ‘윤모’ ‘손모’로 서로 칭했던 참으로 정 많고 재주 많던 그가…삼가 명복을 빕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갑친구 언론인인 손 호걸이 이승을 떠났다는 청천벽력같은 비보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늘 기는 자가 아니라 의기가 살아있는 기자의 자세를 결코 흐트리지 않았던 손 호걸의 결연함에 고개가 저절로 수그러집니다. 이제 험난한 속세의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히 영면하기를 빕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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