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연탄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