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림 칼럼] 기후변화, 생존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직결

강우량 감소, 사막화, 숲 소멸…기후변화의 영향이 지구촌 곳곳을 파괴하고 있다. 

다음의 질문을 던져보자. 그동안 석탄과 석유에너지에 기반한 산업개발 모델이 이제는 지속가능한 발전모델로 전환해야 할 때가 아닌가?

녹색성장이란 지속가능한 성장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석유와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개발모델에서 청정기술과 함께 스스로 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여러 기업 중에서 미국 월마트의 경우 어느 정도 친환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월마트에서 유통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지속가능성 등급 스티커를 붙이는데 이것을 보고 소비자들은 원재료에서부터 최종 포장에 이르는 동안 얼마나 친환경적인 단계를 거쳤는지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현재 경제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량에 대한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국, 인도 등은 환경에 신경 쓰면 경제개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며 걱정하지만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는 21세기 첨단기술과 대체에너지의 힘을 빌어 경제를 친환경화하는데 적극적이다.

싱가포르는 기후변화를 생존의 문제이자 동시에 라이프스타일의 문제로 보고 있다.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이 해수면 상승을 막고 오염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경제발전에 저해되지 않는 친환경적 방법을 찾는데 적극적이다. ‘지속가능한 싱가포르, 활기차고 살기좋은 도시’가 싱가포르가 추구하는 비전이자 희망이다.

싱가포르식 저탄소 정책

싱가포르가 이렇게 적극적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화석연료인 원유를 중동으로부터 수입해서 정제한 후 선박이나 항공기 원료로 공급하는데 싱가포르가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배출량의 0.2% 미만이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추자는 목소리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싱가포르가 전세계 공산품 유통과 해운업, 항공업의 허브이자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경제성장률을 낮출 수는 없으며 또한 생활 수준을 낮출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더라도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편안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마천루, 고층 사무실, 공장, 쭉 뻗은 고속도로, 대중교통시스템 등으로 정형화된 도시구조에서 높은 경제성장률과 깨끗한 환경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비(非)의무이행대상국가로서 2006년 교토의정서에 가입했는데 이산화탄소 감축량에 있어서 정해진 목표치는 없다. 대신에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프로젝트에서 촉발된 탄소거래중개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싱가포르 정부의 기후변화 전략은 에너지효율화, 오염관리, 그리고 국민생활 환경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도시정원 비전(Garden in the City vision)을 실현하면서 기업과 국민들이 호응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인센티브, 위반시 처벌 및 관련법규 정비 등 여러 방법을 쓰고 있다. ‘석유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인한 오염을 줄이자’는 것은 교통당국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였는데 합리적인 교통요금체계, 종일버스 전용차선 등을 도입해서 더 많은 국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온실 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조치가 속속 행해지고 있는데 일례로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성을 따지는 ‘그린 라벨’이 도입되었다. 운전자들이 시내로 차를 가지고 나올 때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 교통혼잡을 막고 체증으로 인한 공기오염을 줄이고 있다. 통행 가능한 승용차를 제한하는 월간 쿼터제도 도입되었으며 전기와 휘발유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차도 많이 다니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모두 모여 싱가포르의 공기가 맑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웃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산불이 싱가포르로 불어올 때를 빼고는 싱가포르의 공기는 아주 맑은 편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싱가포르가 적도 가까이에 있는 나라라는 것을 생각하면 태양 에너지가 가장 적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태양에너지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당장 태양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태양에너지는 싱가포르가 새로운 청정에너지 국가로 진입하는 데 길을 터 줄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자원을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번 소비된 제품을 수거해 간다거나 재생종이로 포장을 하는 기업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재생핸드폰이나 재생잉크는 좋은 예다. 싱가포르 회사인 난양 옵티컬(Nanyang Optical)은 재생 안경테를 만들기도 했다.

친정부 언론과 대안매체의 등장

2009년 기후변화에 대해 쓴 신문기사 하나가 싱가포르 언론이 언론 본연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한 싱가포르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있어서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 전역에서 읽히는 일간지인 <The Straits Times>의 과학전문기자가 논평을 썼는데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를 꼽는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글을 쓴 기자의 기후변화에 대한 단호한 의견전개에 따라 헤드라인이 “싱가포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가” 였는데 기사가 보도되기 며칠 전 싱가포르 정부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터라 흥미를 더했다. 물론 보수적인 언론에서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별로 놀랄 일도 아닌데 말이다.

싱가포르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The Straits Times는 기후변화에 대해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에 반대하는 과학자들만 필진으로 쓴다. 그러는 가운데 The Straits Times의 모기업이며 싱가포르 언론을 독점하고 있는 Singapore Press Holdings 및 친정부적인 다른 신문들에 대항하여 온라인 매체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들 온라인 매체들은 신문이나 국영방송에서는 접할 수 없는 뉴스나 대안적 관점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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