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훈의 콘텐츠형인간] 에듀테인먼트 유감

2세-12세 영.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어린이 전문채널 ‘KBS Kids’ <사진=뉴시스/박주성 기자>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선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모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고려해야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비용도 고려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도 들어보고 선물 자체의 유용성과 장단점까지 생각해야 한다. 이런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수많은 장난감과 만화책 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교육용’이라는 말이다. ‘교육용 만화’, ‘교육용 게임’이나 ‘교육용 완구’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가 되었고, 전시회나 공연도 ‘교육적 효과’를 빼놓지 않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용어 차원에서 ‘교육’이라는 말이 아이들의 놀이와 관련되는 다양한 단어들과 쉽게 결합하는 것과 달리, 현실 차원에서 ‘교육’과 ‘놀이’를 결합시키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교육과 놀이를 결합시킨 ‘에듀테인먼트’라는 말이 처음 만들어진 지도 40년에 가깝고 콘텐츠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에릭 브라운은 에듀테인먼트를 “여타의 매체보다 효과적으로 학습자의 활동을 지원하면서 강한 상호작용적인 본질로 인해 학습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매체이자 혁신적인 교수 기술로 강력한 교육적 불가항력”이라고 정의하는데, 필자는 이 설명을 볼 때마다 늘 웃음짓곤 한다. “학습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매체”가 있다면 너도 나도?고시를 보겠다며 나서지 않을까?

에듀테인먼트의 기술적 핵심은 ‘놀면서 배우는 것이냐, 배우면서 노는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교육적인 놀이인가, 재미있는 공부인가’라고 불러도 좋다. 전통적 교육의 입장에서 보자면 교육이 먼저이고 거기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결합시키는 것을 생각하게 되지만, 이 접근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재미 없는 경우가 많아서 외면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대로 엔터테인먼트를 우선시하고 거기에 교육을 얹는 것은 기계적인 결합이 되기 쉽다. 리지니에서 레벨 업을 하려면 수학공식을 반드시 암기해야 한다고 해보라. 아마 게임도 망하고 교육적 성취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교육이 우선순위인 경우 대중적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고, 놀이가 우선 순위인 경우 원래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물론 성공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만화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학습만화 시리즈들이 그 예가 될 것이다. 과학과 역사적 지식을 담은 만화가 유행하더니 요즘은 수학과 영어를 다룬 학습만화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학나라 모험을 다룬 만화책의 다음 권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나오자마자 서점에 달려가는?아이의 모습은 명랑만화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안달복달하던 어릴 적 필자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가 학습이라는 목표 아래 ‘놀이’의 진정한 즐거움을 아이들로부터 뺏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책감이 든다.

요한 호이징하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놀이란 “실제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으며 놀이 그 자체가 주는 기쁨이 유일한 동기를 구성한다”고 말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맞는 말이다. 술래잡기를 하고 게임을 하는데 그것을 하는 즐거움 외에 다른 어떤 목적도 동기도 없다. 놀이란 즐거움이 유일한 목적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놀이의 형식을 빌려 와서 공부를 시키려고 한다. 즐거움이 목적인 양 보이게 하면서 사실은 다른 더 중요한 목적을 거기에 얹는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더라도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글로벌 시대를 누비며 지구촌 곳곳에서 살아남기와 보물찾기 모험을 하고 역사적 지식을 줄줄 읊어대는 학습만화의 똑똑한 주인공은 꺼벙이와 독고탁을 보고 자란 필자의 감성에는 여전히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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