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취약국’ 방글라데시 기자 21명 사망 “언론 제기능 못하면 더 큰 피해”

방글라데시 다카의 선별진료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민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방글라데시에서 21명의 언론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The Telegraph)가 13일 보도했다. 방글라데시는 7월 20일 기준 207,543명의 누적 확진자 가운데·2,66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스위스의 시민단체 ‘프레스 엠블렘 캠페인'(Press Emblem Campaign)에서 1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망한 전 세계 언론인은 210명에 달한다. 언론종사자의 사망자 수는 의료종사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치이지만, 방글라데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언론종사자의 사망자 수가 높은 셈이다.

방글라데시에선 최근 언론인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도 발생했다. 수도 다카의 시민단체 ‘아워 미디어 아워 라이트'(Our Media, Our Rights)는 20일 “정부가 7월 방글라데시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검사 결과 총 57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아워 미디어 아워 라이트 코디네이터 아하마드 포예즈(Ahammad Foyez)는 언론사 고용주들이 소속 기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해줄 것을 권고했다.

방글라데시 현지 언론 ‘자무나 텔레비젼'(Jamuna Television)의 선임기자 아클라쿠스 사파(Akhlakus Safa)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보도하던 중 4월에 감염 증상이 나타났다”며 “나의 감염으로 인해 언론사 동료들이 피해받을까봐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사 받을 당시 마스크와 장갑과 같은 개인 위생장비가 부족했다”고 밝히며 관리 및 보건당국의 준비성 부족에 대해 비판했다.

코콘 기자 일가족 <사진=Daily Sun 보도화면>

방글라데시 언론인과 그의 일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도 있다. 방글라데시 일간지 ‘데일리 쇼 모이어 알로'(Daily Shomoyer Alo)의 후마얀 카비르 코콘(Humayan Kabir Kokon) 기자는 다카에서 코로나19로 4월 27일 사망하였으며, 그의 아내 샤민 슐타나 리나(Sharmin Sultana Rina)와 아들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샤민은 “사별을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이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을 것” 이라며 “감염 위험 때문에 아이들과 장례식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후마얀 카비르 코콘의 소속 언론사인 ‘데일리 쇼 모이어 알로’ 측은 “소속 기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프리랜서 기자 알람거 하싼(Alamgir Hossain)은 “방글라데시 언론사들이 살균제와 스프레이에만 의존하여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하싼은 이어 “언론사들이 기자 보호를 위해 진정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방글라데시 언론종사자들은 “위급한 상황에 신속하고 빠른 정보 수집 및 전달을 위해서 언론인들에게도 충분한 개인장비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익명의 기자는 “방글라데시 언론인들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언론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처가 미흡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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