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중국의 홍콩 언론자유 억압 용납 안돼”
[아시아엔=편집국]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RSF) 사무총장은 2일 “언론인을 기소하는 수단으로 중국이 사용할 홍콩 국가보안법(보안법)의 시행을 막기 위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들루아르 사무총장은 “홍콩은 ‘중-영 공동선언’이 보장하고 UN에 등록된 ‘1국2체제’ 원칙에 따라 2047년까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누려야 한다”며 “전 세계가 고달픈 이 시기에 홍콩을 포기한다면, 수년간 국제 금융 중심지가 번영할 수 있었던 시스템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정권은 약속을 무시하고 아무런 견제 없이 자국의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관행을 전세계로 확대할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며 “2002년 세계언론자유지수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18위를 기록할 정도로 홍콩은 아시아 지역 내 언론 자유의 보루였으나 지금은 80위로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180개 영토 및 지역 중 177위로 지수 최하단에 자리잡고 있다.
다음은 들루아르 사무총장의 촉구 글 전문.
7월 1일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23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홍콩의 자유가 우려된다. 중국은 사전에 약속한 것과 달리, 홍콩 보안법을 만들어 시행했다. “테러”나 “분리독립”, “전복”, “외국의 간섭” 등으로 간주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중국이 합법을 가장해 개입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의 이익과 대치되는 모든 사상과 행동이 기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법안으로 인해 홍콩의 언론자유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 법안은 중국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국제언론 질서”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2002년 세계언론자유지수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18위를 기록할 정도로 홍콩은 아시아 지역 내 언론 자유의 보루였다. 하지만 지금은 80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중국은 180개 영토 및 지역 중 177위로 지수 최하단에 자리잡고 있다.
홍콩의 언론자유가 이렇게 위축된 것은 홍콩 언론을 인수하거나 광고주를 압박한 중국 정권의 영향이 크다. 2014년 민주화 우산혁명 이래로 홍콩에서는 친중 단체가 연루된 흉기 사건과 반정부 시위에서 끊이지 않는 경찰 폭력 등 언론 자유가 점점 더 침해되고 있다.
홍콩 주민들을 달래는 발언을 하고는 있지만,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역시 이미 법으로 보장된 언론자유보다 중국 정권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공적 토론에 대한 홍콩 주민들의 요구는 정당하고 지지를 받아야 마땅하다. 지금의 보안법과 비슷한 법안에 반대해 2003년 홍콩 주민 50만명이 거리로 나와 법안을 부결시킨 적이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주민의 절반인 200만 명이 저항에 나서 송환법을 거부해냈다.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콩 언론인의 압도적 다수(98%)는 보안법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쓰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국가 안보’에 반하는 범죄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이는 현재 중국이 114명의 언론인을 구속하는 데 전제로 쓰이고 있다.
통과된 보안법은 앞으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의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조치를 홍콩까지 확대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홍콩이 누려왔던 자유가 중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였던 만큼, 보안법으로 인해 중국 국민들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홍콩의 언론 자유가 퇴행하는 것이 중국 본토 내 다른 지역의 희망마저 꺾는 것이 되는 이유다.
홍콩은 ‘중-영 공동선언’이 보장하고 UN에 등록된 ‘1국2체제’ 원칙에 따라 2047년까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누려야 한다. 전 세계가 고달픈 이 시기에 홍콩을 포기한다면, 수년간 국제 금융 중심지가 번영할 수 있었던 시스템은 위기에 처할 것이다. 또한 중국 정권은 약속을 무시하고 아무런 견제 없이 자국의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관행을 전세계로 확대할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홍콩은 지켜내야 할 상징, 그 이상이다. 홍콩의 자유는 전 세계 인권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단기적인 비용과 관계없이 전 세계 민주주의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법의 원칙이 존중받을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 우리가 물러서고 누군가 국제적인 약속과 법률을 짓밟도록 허용한다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역사에는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비극이 된 사례가 많다.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이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을 용납하지 말자.
국경없는 기자회 크리스토퍼 들루아르 사무총장?
1971년 프랑스 출생. 2012년부터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파리의 고등경제무역학교(ESSEC)을 졸업한 뒤 TF1 텔레비전 베를린 사무소에서 병역 대체복무를 마쳤다. 이후 몇몇 신문과 방송국에서언론인으로 일했다. 주간지 르쁘엥의 탐사보도를 담당하고, 출판사 플라라리몽의 편집자로 몇 권의 베스트셀러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내기도 했다. 파리의 언론인 교육센터(CFJ) 디렉터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