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200억 부채? 왜 그런지 알고 싶다
[아시아엔=박준석 공연예술전문가]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이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술의전당 재정은 부채 200억에, 코로나19로 올해 현재 70억 정도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썼다. 한마디로 그가 말한 예술의전당 부채 200억원은 코로나19와는 전혀 무관하다.
이는 코로나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말까지 생긴 부실 및 불법 운영의 결과로 생긴 것이다. 그런데, 예술의전당은 이걸 코로나사태로 발생한 적자인 양 은근슬쩍 묻어버리려 한다. 아베가 방사능오염수를 태풍을 틈타 바다에 슬쩍 방류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예술의전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서 예산 편성은 철저히 문체부와 기획재정부로부터 승인받도록 되어 있다. 집행과정에서도 승인된 과목과 다르게 사용할 때는 반드시 문체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기관의 예산과목 체계인 관, 항, 목 중 최하과목인 목 안에서의 사소한 내역변경 같은 것만 예술의전당이 자체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역시 당초 승인 금액 내에서만 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예술의전당에 수조원 가치의 공연전시 시설을 지어 주고 대관료, 임대료, 기타수익사업 등 그 운영수입으로 기관을 운영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수입을 항상 보수적으로 편성하기 때문에 기재부는 해마다 약 120억원 내외의 국고를 예술의전당에 더 지원해 주고 있다. 또 비정례적으로 발생하는 시설개보수 사업 때는 별도로 국고지원을 해왔다.
이에 따라 예술의전당에 부채가 발생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이번 코로나19와 같이 전국적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비상시적인 상황이 생기는 경우에는 예상수입이 줄어들어 고정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까지 예술의전당에는 그런 상황이 없었다. IMF 구제금융 위기 때에도 그런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산편성 시 항상 수입은 다소 보수적으로 잡고 지출은 여유있게 책정해로 연말 결산 시 수입잉여금이 늘 조금씩 쌓여 왔다.
이런 사실은 공개되어 있는 예술의전당 회계결산보고서에 아주 상세히 나와 있다. 회계결산서에는 당기순손실로 표시되는 때가 많은데 이건 현금흐름이 수반되지 않는 장부상의 지출 즉 건물 등 고정자산의 감가상각비계상 때문이다.
그런데 유인택 사장이 부채가 200억원 발생했다고 페이스북에 밝힌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매년 예산서와 회계결산서를 비교해 보면 간단히 답이 나온다.
첫째, 예산서 상의 수입목표를 달성 못하고 지출은 예산서대로 집행했을 경우 그리고 둘째, 예산서 상의 수입목표는 달성했는데 지출이 예산서 내역을 초과했을 경우가 있다.
이 두 경우에 수입지출 균형이 무너져 적자가 발생한다. 그러나 2019년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첫번째 상황이 생긴 적은 없었다. 그것은 주 수입원이 대관료와 임대수입이어서 수입활동은 땅 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두번째 경우 즉 지출을 예산서보다 더 많이 집행해 수입을 초과함으로써 생기는 부채인데, 이거 역시 말이 안 된다.
예산내역을 초과하여 지출할 경우 사전에 예술의전당 이사회 의결을 반드시 거치고 문체부와 기재부의 승인으로 추경을 받아서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과정을 거쳐서 생긴 부채라면 바로 그 다음 회계연도 예산에 반영했을 것이므로 지금까지 부채가 눈덩이 처럼 누적되어 왔을 리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200억원에 이르는 부채가 생겼단 말인가?
상식적인 얘기지만 기업이나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자산 중 현금 및 예금은 모두 가용자금이 아니다. 그 중에는 고정부채에 해당하는 임대보증금과 같은 지불준비금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불가용자금을 예술의전당이 상급기관의 승인 없이 특정사업에 사용했다면 당연히 부채발생이 된다. 이건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보전해 주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에 어물쩍 묻어서 넘기려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그렇다면 엄격히 말하면 예술의전당 경영진의 배임 내지 횡령에 해당되는 중대범죄이다.
그래서 문체부가 쉬쉬하며 덮어 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상식적으로 봐도 정부가 바뀌었을 때 당연히 정리하고 넘어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못했을까? 아니 왜 안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문체부는 이런 사실이 슬그머니 넘어가기를 원하며 전문 인력보다는 권력실세 비전문가 낙하산을 원한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