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이어 UN도···파노바 조정관 “확진자 0명” 큰소리 투르크르메니스탄 정부 감싸

파노바 유엔 조정관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코로나19가 온 인류를 위협하는 가운데, 몇몇 국가들은 아직도 단 한 건의 확진 사례를 공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는 세계에서 가장 탄압적인 국가로 꼽히는 투르크메니스탄도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진실을 숨기는 것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키려는 노력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570만명의 중앙아시아의 국가 투르크메니스탄은 4월 7일 세계보건의 날을 기념하여 자전거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며 해외에 충격을 줬다. 이렇듯 자신만만한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9일(현지시각) 현재 “코로나 확진 사례가 0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열로 악명 높은 이 나라 정부의 수치는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

“투르크메니스탄의 공식 보건통계는 신뢰할 수 없기로 악명 높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의료보험제도를 연구해온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마틴 맥키(Martin McKee) 교수의 말이다. 맥키 교수는 “지난 10년간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이 나라에 에이즈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2000년대에 이 나라 정부가 전염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투르쿠메니스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 AP 연합뉴스>

또한 투크르메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의 한 시민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국가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내 친구는 ‘이미 코로나19가 투르크메니스탄 내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언급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 밝히지 못한다’더라”고 전했다.

한편 유엔은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와 함께 코로나19 대처 방안 등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엘레나 파노바(Elena Panova) 유엔주민조정관(UN Resident Co-ordinator)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위기관리, 사례조사 등을 유엔과 함께 진행하기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파노바 조정관은 그러나 투르크메니스탄에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는 공식통계를 유엔이 믿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모든 국가가 하는 대로 공식적인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파노바 조정관은 “신뢰에 대한 질문은 이때까지 제기되지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파노바 조정관은 “일찌감치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한 것이 확진 사례가 없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지난 3월 초 국경을 봉쇄했으며, 앞서 2월초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로 출국하는 항공편을 폐지했다. 또한 정부는 수도로 들어오는 국제항공편은 북동부 지역인 투르크메나바트 방향으로 이동·분산시켜 2주간 격리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알자지라>는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부유층은 격리지역 담당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격리 기간인 2주 이내에 빠져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노바 조정관은 이와 관련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모든 입국자와 코로나19 유증상자들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매일 몇 건의 검사가 이루어지며, 이 나라가 보유한 검진키트 숫자 등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했다.

한편 국경없는기자회(RSF)의 2019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대통령은 2006년부터 투르크메니스탄을 통치하며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별개로 북한과 아프리카 일부국가 등도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인 청정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국가가 확산 실태를 외부에 숨기거나 진단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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