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챔프 꿈꾸는 11살 정찬진 “강한 악력·복근·정신력 감사드려요”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세계챔프 꿈꾸는 11살 클라이머.”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타이거볼더짐을 도전과 열정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정찬진(11)군이 그 주인공이다.
“제 취미는 피구와 배드민턴이고요. 좋아하는 건 클라이밍이에요. 꿈은 세계 1위 클라이머입니다.”
“자기 소개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주저없이 ‘좋아하는 것’과 ‘꿈’을 이렇게 설명한다.
서울 노원구 노일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찬진군이 처음 클라이밍을 접했을 때만 해도 클라이밍 대회나 프로선수가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저 든든한 조력자인 어머니 박혜련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을 따름이다.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워킹맘’인 박혜련씨는 항상 찬진군과 함께했다고 한다. 박혜련씨는 찬진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2015년 가을, 동네에 새로 생긴 암장(巖場)을 방문할 때도 아들을 데려갔다. 그 날 처음으로 클라이밍을 체험한 찬진군은 곧 암장을 놀이터로 삼았다.
어머니 박혜련씨는 “암장에서 찬진이는 마치 놀이터에서 노는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며 “찬진이가 놀이터에 가면 겁 없이 기구들을 타는 까닭에 야단을 맞곤 했는데 암장에서는 오를수록 침착해져서 그런 것 같다”며 말했다.
그후 5년이 흐른 현재 찬진군은 국내 클라이밍 대회를 휩쓸고 있다. 특히 그의 기록은 국내 최연소라고 한다. 찬진군은 △제18회 서울특별시교육감배 난이도 3등(2017.10.15) △제19회 서울특별시교육감배 난이도 3등(2018.10.6) △제27회 회장배 전국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대회 난이도 1등(2018.10.28) △고미영컵 전국청소년 스포츠클라이밍대회 난이도 2등(2019.10.28) △제2회 중랑스포츠 클라이밍 페스티벌 1등(2019.10.13) 등 모두 9번의 대회에서 수상경력이 있다.
이 같은 성적을 내기까지 정군은 여러 난관을 헤쳐가야만 했다. 애초 클라이밍 대회에 참가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데다가 어머니가 외벽을 오르던 중 추락해 크게 다칠 뻔한 뒤에는 한동안 외벽 등반을 꺼리기도 했다.
어머니 박씨는 “그 사건을 겪고 2년 가량 트라우마에 시달렸는데 찬진이도 그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며 “외벽으로 나와도 암벽화 등 장비를 가져오지 않는 등 찬진이가 클라이밍 자체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방황했던 찬진군은 의정부 집과 서울 노원구 학교에서 두시간 가까이 떨어진 경기도 부천 신중동역 인근에 위치한 타이거볼더짐 조성호 센터장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클라이밍 세계에 다시 뛰어들었다.
어머니 박씨의 말이다. “센터장님을 만나러 가는 주말엔 아이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체중도 5kg나 줄이고, 이제 프로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도 생긴 것 같아요.”
대회 참가를 결심한 찬진군은 주중에는 집에서 두시간 정도 떨어진 서울 동쪽 끝 수락산에서 운동하고, 주말에는 조 센터장과 훈련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후 찬진군은 엄마한테서 ‘승부사’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또래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해 찬진군은 “클라이밍과 학교 수업 모두 철저하게 하면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단호히’ 답했다. 존경하는 클라이머로 민현빈, 천종원 등을 꼽는 찬진군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해맑게 비친다.
“강한 손가락과 복근 그리고 정신력으로 클라이밍 세계 챔피온이 꼭 되고 싶어요. 저의 꿈이고 도전 목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