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케도니아 나토 가입 및 한국과 수교 뒷얘기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북마케도니아 정부는 3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나토의 회원국이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북마케도니아가 나토의 일원이 됐다”며 “새로운 회원국과 함께 어떤 도전에 직면하든 우리는 모두 더 안전하고 더 강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나토의 모든 회원국 의회는 북마케도니아의 신규 가입을 비준했다. 북마케도니아는 오랜 염원인 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을 성사시키고자 국명을 마케도니아에서 북마케도니아로 바꿨다. 그리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시도였다.
라드밀라 세케린스카 북마케도니아 국방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지난 30년간 이날을 기다려왔다”며 “우리 모두 이 순간을 자축하자”고 썼다.
북마케도니아 가입을 축하하는 국기 게양식은 3월 30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진행됐다. 나토에 이어 EU 가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EU 27개 회원국은 최근 북마케도니아와 또 다른 발칸반도 국가인 알바니아와의 신규 가입 협상 개시에 동의했다.
EU 내에서는 지난 1월 영국이 탈퇴한 상황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발칸반도 국가의 신규 가입을 외면할 경우 이 지역이 러시아나 중국의 영향권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나토에 가입한 북마케도니아는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국가다. 상당수 외국 언론들은 ‘코로나 사태’ 관련 뉴스와 함께 북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 가입 소식이 주요기사로 다뤄졌다.
한국 이외의 나라 언론들이 북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이 왜 늦어졌는지 집중 보도한 반면 한국언론은 이름조차 낯선 북마케도니아란 나라를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두가지 관련 뉴스의 논조 및 방향은 달라도 북마케도니아의 나토 가입이 늦어진 이유와 한국인들이 이 나라에 대해 잘 몰랐던 이유는 사실 거의 똑 같다.
먼저 북마케도니아는 어떤 나라인가? 북마케도니아는 유고연방이 1991년 붕괴하면서 독립한 나라다. 독립할 당시는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갖고 있었다. 세계 각국은 이 국명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유독 그리스가 크게 반발했다. 왜냐하면, 그리스인들에게 마케도니아란 국명은 고대 알렉산더 대왕이 건국한 마케도니아제국과 동명이자, 현재 그리스 영토 안의 마케도니아라는 주의 이름과 비슷해 민족 정통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이렇다. 만약에 중국이 붕괴했을 때, 북한 국경에 있는 지린성이 ‘고구려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한다면 한국인들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구려는 분명히 한국인들이 건국한 나라인데, 지린성에 위치했다고 해서 그 지역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족이 건국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북마케도니아 인구 구성을 보면 그리스족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다수가 마케도니아족이다. 알바니아족과 터키계, 루마니아계가 뒤를 잇는 정도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 북마케도니아가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으로 유엔에 가입할 때도 그리스는 이를 막으려했으나 절충안으로 ‘옛유고마케도니아가공화국’(The Former Yugoslav Republic of Macedonia)를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그리스는 국명 문제로 인해 마케도니아와 수교는커녕 승인도 하지 않았다. 마치 중국과 대만 관계와 비슷하다.
그 후 알바니아 민족분쟁이 일어나자 마케도니아는 안보상 불안을 느껴 나토에 가입하려 했다. 나토는 유엔보다 더 까다롭다. 기존 회원국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가입이 불가능하다. 나토 회원국인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국명 문제를 내세워 가입 승인을 거주해왔다.
하지만 국명을 이유로 마케도니아와 외교분쟁을 지속하는 것이 그리스로서는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그리스는 마침내 종전 거부 입장에서 후퇴하고 나토 가입을 승인키로 했다. 오랜 기간의 협상 결과가 국명을 애초 마케도니아공화국에서 북마케도니아공화국으로의 변경이다. 나라이름을 변경한 이후 마침내 북마케도니아가 나토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나토 30번째 회원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동안 이 나라를 왜 잘 몰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전쟁이다.
한국의 대외관계는 기본적으로 한국전쟁 참전국과의 이른바 ‘의리 외교’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와 국명 문제를 가지고 싸울 때 그리스 입장을 받아들여 마케도니아와 수교는커녕 승인도 하지 않았다. 거의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마케도니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입국하려면 주변 나라 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발급해야 했다. 반면 한국인들은 비자 없이 마케도니아 입국이 가능했다. 마케도니아와 관련된 문제들은 주불가리아 대사관이 담당했다.
물론 인구 200만명의 마케도니아와 수교를 안 했다고 해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동맹국 그리스의 관심과 지지를 더 받았을까 하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발칸반도와 멀리 떨어진 아시아 동쪽의 한국인들에게 과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대한민국도 마케도니아가 국명을 변경하고 난 후인 지난해 7월 18일에야 북마케도니아와 대사급 수교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