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주범’ 신천지로 청년들 몰리는 책임 기성교회 커
[아시아엔=민성식 <종교와 평화> 편집장] 온 나라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 속에서 보내고 있다. 방역 당국이 권하는 방역수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것밖에는 별다른 수가 없어 보이니 답답하기까지 한 상황이다.
우리 가족은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어머니가 매일 다니시던 경로당도 폐쇄됐고, 교회 역시 주일예배를 중단했다. 어머니의 삶에서 딱 두 가지 남은 낙이 없어져 버렸으니, 어머니 스스로도 갑갑하시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하루도 빠짐없이 어머니의 삼시세끼를 챙겨드리고 재롱잔치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가서 자취를 하고 있는 아들 녀석과 친정어머니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신천지라는 개신교 이단 집단에 있다는 사실은 이제 일반인들도 알게 됐다. 사실, 개신교인으로서 이웃종교 앞에서 개신교의 이단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우리야 심각하지만, 그분들에게는 ‘심드렁한’ 이야기인데다가, 어쩔 수 없이 ‘교리’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감염증 확산 사태는 신천지의 교리체계보다는 ‘반사회적 행태’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종교라도 당연히 갖춰야 할 ‘사회적 책임’과도 연결된 것이기에, 함께 생각을 나눠보려는 것이다.
필자는 현역기자 시절, 신천지에 대해 취재하기도 했지만, 직접 경험을 한 것은 어머니가 다니시는 교회가 겪은 ‘상처’를 통해서였다. 성가대 지휘자 한 사람을 초빙했는데, 이 사람이 이상하게 연습이 끝나면 몇몇 사람들에게 차나 식사 등 ‘개인적인 자리’를 제안하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는 항상 ‘담임목사의 잘못된 행동’, ‘교회의 문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고, 또 이 사람과 함께 교회에 새로 들어 온 몇 사람이 동석해 맞장구를 쳐주더란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급기야 교회 내에서 ‘담임목사의 퇴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교회에서 이 일을 일으킨 이들이 신천지의 이른바 ‘추수꾼’이라는 사실을 감지해 ‘신천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추수꾼’으로 의심받던 사람들은 일제히 교회를 떠났고, 기존의 교인들만 남아 담임목사의 거취를 놓고 분규를 겪게 됐다.
결국 노회(장로교회의 지역조직) 재판국에서는 “담임목사는 사임하고 담임목사의 퇴진을 주장하던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시 말해서 교회가 ‘쪼개진’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경험한 신천지의 ‘기존교회 파괴공작’이다.
‘추수꾼’들이 꼭 교회만을 타깃으로 삼는 것은 아니다. 개인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추수꾼’들이 철저하게 비밀조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추수꾼이 접근해도 그 사실을 알 수가 없는 반면, 이들은 ‘추수대상’으로 지목한 사람 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아낸다. 그것은 곧바로 ‘추수당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드는’ 약점이 된다.
이번에 대구 경북지역에서 감염증이 집중적으로 확산되고 또 곧바로 전국으로 번져 나간 것도 신천지 조직의 이런 비밀스러운 ‘밀의(cult)적 특성’ 때문이다. 대구집회에 참석했으면서도 연락을 끊고 잠적한 신천지 교인이 있을 정도다. 이들이 잠수를 탄 이유는 단 하나, ‘존재가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참으로 반사회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신천지의 반사회적 행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동안 우리 언론이나 정치권은 이런 신천지의 행태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언론의 경우에는 신천지의 광고, 정치권은 신천지와의 유착에 있다. 이만희 교주가 기자회견장에 ‘박근혜시계’를 차고 나타난 것이 그 증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감염증 확산 사태와 관련해서 눈여겨볼 부분은 청도 대남병원에서 있었던 이만희 교주의 형 장례식이다. 이 자리에 과연 신천지 신도들만 참석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대구에서 감염증이 급속하게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지역 정치인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여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참을 지나 견디지 못한 대구시장이 “신천지를 고발하겠다”고 나섰지만, 경북지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신천지와 정치권의 유착관계를 생각할 때, 대남병원 장례식에 이 지역 정치인들이 다수 참석했지만, 유착관계가 알려질 것이 두려워 나타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감염증 확산의 주요원인이 신천지라는 사실이 거의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은 신천지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고, 언론도 책임을 신천지에 돌리는 것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기존 교회들이 감염증 확산으로 인해 주일예배를 중단하는 등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데도, 일부 대형교회들은 직접적인 신천지 비판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
이 의문에 대한 지인이 답은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SNS를 통해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신천지가 아닌 정부 여당에 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어이쿠! 순간 뜨끔해진 나는 “점잖은 양반인 줄 알았더니 남의 속곳 밑을…”이라는 댓글을 달 수 밖에 없었다. 온 국민이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최소한의 네트워크만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정파적 이익에 골몰하는 모습이 참으로 한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남탓을 하면 뭐하겠는가? 신천지가 저렇게 커지고, 또 수많은 청년들이 거기에 빠지게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우리 교회와 우리 사회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교회, 그리고 그 속에서 교회에서라도 위로를 받아 보려했지만 교회는 교회대로 엉망인 상황…. 그것이 결국은 청년들을 신천지로 몰려가게 만든 것일 테니까. 그야말로 수원수구(誰怨誰咎)만을 되뇔 뿐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