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상 14장
“이날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피곤하였으니 이는 사울이 백성에게 맹세시켜 경계하여 이르기를 저녁 곧 내가 내 원수에게 보복하는 때까지 아무 음식물이든지 먹는 사람은 저주를 받을지어다 하였음이라 그러므로 모든 백성이 음식물을 맛보지 못하고”(삼상 14:24)
사울이 얼마나 절박했는지가 이 한 구절에 나타나 있습니다.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숨 돌리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무리하게 군대를 몰아붙입니다. 이번 전쟁에서의 승리가 왜 그토록 중요했을까요?
지금 사울에게는 왕으로서의 확고한 입지가 필요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얼마 전에 사무엘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령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삼상 13:14)
그는 자신의 왕권이 여전히 견실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 보여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것입니다. 사울은 더 이상 하나님의 군사로서 하나님이 이끄시는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 전쟁은 오로지 사울 자신의 존재감 증명을 위한 전쟁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이 밥을 굶든, 지쳐서 쓰러지든 그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사울의 명령에 부하들은 감히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 명령이 ‘금식’이라는 종교적 경건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울의 이 명령 때문에 도리어 부하들은 율법을 어기는 죄를 범하게 됩니다. 너무 배가 고파서 짐승을 핏째 먹어 버린 것입니다(삼상 14:32).
사울의 명령이 지극히 비합리적이라서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요? 전쟁 상황에서 상관의 명령에 합리성을 따지는 것은 군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 삶에서도 현실을 넘어서는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순종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상식적, 비현실적, 비합리적 선택이 항상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 중심적이라면 모든 것이 문제가 됩니다. 사울의 명령이 비현실적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중심적이어서 부하들이 죄에 빠지고 위기에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신앙생활은 하나님 중심으로 살다가 자기 중심성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자기 중심적이지 않은 사람의 비합리적, 비현실적 선택은 도리어 많은 사람에게 천국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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