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친정부시위 참여 촉구···상·하원의장·연방대법원장 ‘반발’
[아시아엔=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대놓고 친(親)정부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연설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방문에 나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7일 낮(현지시간) 경유지인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주(州) 보아 비스타에서 지지자들에게 오는 15일로 예정된 친정부 시위 참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의회 및 사법부 비판 시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의식해 “15일 시위는 의회나 사법부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브라질을 위한 시위”라면서 “브라질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친정부 시위를 선동하는 것은 반민주적 행태”라는 비판에 대해 “그것은 거짓말이며 국민을 직접 만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3월 15일 시위에 적극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말과 달리 상·하원과 연방대법원을 비판하는 성격을 드러내면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권력 분립의 의미를 무시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선동정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과 다비 아우콜룸브리 상원의장, 지아스 토폴리 연방대법원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SNS에 이어 연설을 통해 시위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자 극도의 불만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세 사람은 공동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등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충돌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친정부 시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측근들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벌어져 주목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일간지 여기자를 두고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는 듯한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대통령실의 아우구스투 엘레누 안보실장은 예산 문제로 의회와 마찰을 빚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의회가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해 의회와 공방을 벌였다.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공공부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을 기생충에 비유하는가 하면, 달러화 강세를 두둔하면서 과거 달러화가 약세일 때는 가사도우미들까지 미국 디즈니 여행에 나섰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시위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단체 회원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겉으로는 권위주의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SNS에는 의회와 대법원 폐쇄,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좌파 탄압 도구인 보안법 부활 등 과격한 주장을 올리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행태가 거듭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탄핵 추진설도 나돌고 있다. 좌파 노동자당(PT)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반헌법적 언행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탄핵 촉구 캠페인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보우소나루를 의회와 사법부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브라질 전문가인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데이비드 J. 사무엘스 교수(정치학)는 “의회 기반이 취약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지층을 동원하는 거리 시위를 통해 정치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의회·사법부의 충돌로 개혁법안이 지연되면서 경제 회복이 더 늦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투자회사의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보다 정치 상황이 더 걱정스럽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