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모라토리엄’ 선언···9일 만기 1조4천억 채무
국가부채, GDP의 170%···”디폴트로 가는 수순”
[아시아엔=연합뉴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7일(현지시간) 오후 생방송으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9일 만기가 도래하는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 규모의 채권(유로본드)을 상환하지 못한다면서 ‘모라토리엄'(채무 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디아브 총리는 “레바논의 채무와 그 이자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보다 크다”라며 “상환 시점을 연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권자에게 채무 구조 조정을 위해 공평하게 협상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채권을 아예 상환하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과도한 채무국인 레바논의 금융 위기가 점증하는 상황에서 디아브 총리의 연설은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가는 수순”이라고 해석했다.
디아브 총리는 “우리의 보유 외환은 위험한 임계 수준에 다다랐다”라며 “레바논 국민에게 생활필수품을 계속 공급하려면 채무 상환을 유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결정만이 포괄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며 “병원에서 약이 부족하고 우리 국민이 은행에서 예치금을 찾지 못하는 판인데 외국 채권자에게 어떻게 빚부터 갚을 수 있겠느냐”고 설득했다.
그는 또 “오늘 우리는 지난 수년간의 실책에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과 다가올 미래 세대에게 빚을 물려줘야 하겠느냐”라고 호소했다.
그는 “레바논 국민은 그저 좋아질 것이라는 뜬구름을 잡고 살았다”며 “그사이에 레바논은 빚과 이자에 잠겨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70%인 900억 달러(약 107조원)까지 쌓였다”고 시인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해 10월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뒤 정국 혼란이 4개월 이상 이어졌다.
1975∼1990년 장기 내전을 거친 레바논은 국가부채, 실업률, 자국통화 가치의 하락 등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인접국 시리아에서 9년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바람에 가뜩이나 악화한 레바논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