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한폐렴’ 사망 56명·확진자 2천명 넘어…시진핑 불호령에 국력 총동원

‘우한폐렴’ 사망 56명·확진자가 2천명 넘어선 가운데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엔=연합뉴스]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 사망자와 확진 환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매일 사망자가 두 자릿수 단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한 폐렴’이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 정부가 초기 대응 미비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시하면서 국가 비상사태와 더불어 중국 내 자원이 총동원되고 있지만 이미 전염병이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퍼지는 양상이어서 조기 수습이 힘들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에서는 의사들의 감염 사례가 속속 나오고 초기 대응 미비로 관리들이 처벌받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춘절에도 한산한 베이징 거리

하지만 중국 전 부처가 늦게나마 ‘전염병 예방·통제 저지 전쟁’에 나서면서 우한을 비롯한 문제 지역 봉쇄 등 차단 조치와 더불어 백신 개발 착수와 같은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는 점은 고무적이다.

◇ 후베이 외 中지역서 사망자···저장성 확진자 100명 넘어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26일 오후 1시 현재 홍콩과 대만, 마카오를 포함한 중화권 전역에서 2천5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56명이다.

사망자는 24일 41명에서 25일 56명으로 불과 하루 사이 15명이 급증했다.

추가 사망자 15명을 지역별로 보면 우한이 포함된 후베이(湖北)성 13명, 상하이(上海) 1명, 허난(河南)성 1명 등으로 사망자가 후베이를 벗어나 확산하는 분위기다.

확진자는 발병지 우한(618명)을 포함한 후베이성이 1천52명으로 1천명을 돌파했고 저장(浙江)성도 104명으로 100명을 넘어섰다.

이어 광둥(廣東)성 98명, 허난(河南)성 83명, 충칭(重慶) 75명, 후난(湖南)성 69명, 안후이(安徽) 60명, 베이징(北京) 54명, 쓰촨(四川)성 44명, 상하이(上海) 40명 등 확진자가 40명이 넘는 지역이 속출했다.

중화권인 홍콩과 마카오에서 5명, 대만에서 3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각각 나왔다.

취재진도 검진을 받아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특히 수도 베이징에서도 3명의 의사가 ‘우한 폐렴’에 걸려 격리 치료를 받았으며 지금은 안정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의사 2명은 우한 출장을 갔다 왔으며 이들 중 1명과 회의에 같이 참석했던 다른 의사도 ‘우한 폐렴’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밖에서도 ‘우한 폐렴’ 환자는 확산 추세다.

이밖에 ‘우한 폐렴’ 확진자는 ▲태국 4명 ▲일본과 한국, 베트남 각각 2명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각각 3명 ▲네팔 1명 ▲미국과 프랑스 3명 ▲호주 1명 등이다.

◇ 시진핑 ‘전염병과 전쟁’ 선언···’늑장 대처’ 책임자 문책

시진핑 국가 주석은 춘제임에도 이례적으로 25일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우한 폐렴’ 전방위 대책을 재촉하고 ‘전염병과 전쟁’을 선언했다.

시진핑 주석은 “전염병 예방 통제 사업을 당면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여겨야 한다”면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과학적으로 예방 퇴치하며 정밀한 정책을 구사한다면 전염병과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은 일선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현장에서 똑바로 일하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약품과 물자를 총동원할 것을 지시했다.

후난(湖南)에서는 ‘우한 폐렴’ 방제 및 방역 대처를 제때 하지 못한 위생건강국장을 정직시키는 등 시진핑 지도부의 불호령 속에 관리들에 대한 문책도 줄을 잇는 분위기다.

다급해진 국가시장감독총국은 마스크, 소독살균 용품, 항바이러스 약품 등의 시장 가격을 유지하라고 지시하면서 사재기를 통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공고했다.

인민은행은 춘제 기간 자금 결제 제한을 완화했고, 재정부와 위생건강위는 확진자는 무조건 우선 치료하고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을 통해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중국중의과학원 광안먼병원 등 중의 전문의로 구성된 의료진이 우한으로 파견돼 치료 작업에 동참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베이징이 도시 봉쇄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이겨냈듯이 우한과 후베이도 베이징 방식으로 ‘우한 폐렴’ 사태를 이기기 위한 보위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 中당국 “전염력 강해졌고 잠복기도 감염력”···백신 개발 착수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우한 폐렴’의 전염 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확진자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 주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있다면서도 잠복기는 최소 하루부터 최대 2주라면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질병통제센터 백신연구소 측은 ‘우한 폐렴’ 백신 연구에 돌입했으며 현재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해 후속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물 추출 작업에도 나섰다.

중국과학원 상하이 약물연구소는 ‘우한 폐렴’에 효능이 있을 수 있는 30여종의 약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약물은 에이즈 바이러스(HIV) 퇴치에 효능이 있는 기존 약물 12종과 감제풀 등 중국 약재들로 임상 시험을 통해 효능 검증에 나설 방침이다.

베이징 보건 당국은 ‘우한 폐렴’ 환자들에게 HIV 치료에 쓰이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인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투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한 통제 조치도 강화됐다.

베이징시는 26일부터 시를 넘나드는 버스 운행을 중단시켰다. 춘제에 고향을 다녀온 시민들에게 자택 격리 2주를 권고하는 공지를 내렸으며 일부 학교는 2월 17일까지 개학을 연기했다.

발병지인 우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 기차가 모두 폐쇄됐고 우한의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도 모두 봉쇄됐다.

황강(黃岡), 어저우(鄂州), 첸장(潛江), 셴타오(仙桃) 등 후베이성의 대부분 도시도 교통 통제에 들어가 있다.

상하이(上海) 지방정부는 26일부터 모든 장거리 버스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진시황의 병마용으로 유명한 시안(西安)도 도시를 넘나드는 장거리 버스와 관광버스 운행을 일시 중단했다.

한편,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안전센터는 ‘우한 폐렴’ 관련해 루머를 퍼트리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다면서 적발 시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 발표만 신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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