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성추행으로 직위해제 교수 연구실 점거학생 ‘징계 추진’에 학생들 반발


‘서울대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 당국은 전 학생대표자에 대한 부당 징계 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

[아시아엔=편집국] 지난해 제자 성추행 혐의로 해임된 서울대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연구실을 점거했던 학생대표가 대학당국에 의해 징계가 내려지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대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근절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근절특위)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 당국은 전 학생대표자에 대한 부당징계 시도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 2일 당시 인문대 학생회장이던 이수빈씨 등은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던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그의 연구실을 점거했다.

서울대 교수 제자 성추행 사건 관련 쪽지들

당시 학생들은 연구실을 학생 자치공간으로 바꿔 A교수 파면 때까지 농성하려 했으나 이후 대학본부와 합의해 28일만에 연구실을 나왔다.

하지만 서울대 징계위원회는 사건 발생 약 6개월 만인 지난 8일 이씨에게 “당시 인문대학 학생회장으로서 서어서문학과 교수연구실 출입문을 불법으로 해제하고, 교수연구실 무단 점거 사건을 주도하며 학칙과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며 징계 혐의 사실을 고지했다.

징계위측은 이씨가 “학교 건물에 무단 침입하거나 학교 건물을 점거하는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근절특위는 “인문대가 연구실 무단점거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최근 전 인문대 학생회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면서 “A교수 해임 결정이 내려지고 넉달이 지나 갑자기 징계 절차 진행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근절특위는 이어 “당시 서어서문학과 학과장은 A교수 개인 컴퓨터를 미리 반출하는 것을 전제로 (점거에) 동의했기 때문에 무단점거는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도형 근절특위 공동운영위원장은 “A교수 사건은 인문대 학생 모두와 연관된 사건으로, 학생들은 민주적 결정에 따라 연구실 점거를 결의했다”면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던 학생대표를 징계하려면 우리 모두를 징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시 A교수가 직위해제된 상황이라 점거로 인한 충돌 가능성이나 학교의 행정적 손실이 없었다”며 “안전한 공동체를 향한 학생들의 투쟁을 처벌하는 것은 앞으로 학생들에게서 권력형 범죄의 처벌과 반성을 요구할 수 있는 수단을 박탈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A교수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2015∼2017년 외국 학회에 제자와 동행하면서 옷 안에 손을 넣어 신체를 만지거나 강제로 팔짱을 끼는 등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30일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수를 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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