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인도여성의 ‘대물림 가난’ 이야기
90년대 초 ‘소녀 아이’ 빔라,?”하느님, 제발?굶지 않았으면 해요”
극소수 부잣집 아이들은?음주 방탕 일삼아···’풍요에 의한 죽음’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죽음의 원인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불치병이나 노환에 의한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가난과 기아와 같은 경제적 요인에 의한 죽음이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또 다른 하나의 요인으로 꼽히는 ‘풍요에 의한 죽음’이 빈발하고 있다.
기자는 올리사 지역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빔라라는 25세의 여성에게 “하느님에게 무엇을 가장 부탁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녀는 “술보다 음식을 달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것 부탁할 건 없느냐고 하자, 그녀가 답했다. “물론 있죠. 돈이죠. 남편에게 달라고 못하니까요. 그랬다간 맞을 테니까요.”
약 20년 전 <소녀 아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만났던 한 여성의 자연스럽고 순진한 대답이었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소녀는 당시 다섯 살이었는데 어머니를 도와 땔감을 모으고 물을 긷고 쌀을 찧으며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다.
그녀의 엄마는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었고 소녀와 다른 아이들도 빈곤의 사슬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 빔라의 엄마가 심한 영양실조를 견디고 어떻게 아이들까지 낳을 수 있었는지 놀라운 일이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세계최대의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이 90쪽에 달하는 신문을 배달해줬다. 그런데 그중 약 20%의 지면에만 뉴스, 해설, 사설 등이 실렸고 나머지는 국내외 고급제품 광고로 가득 차있었다. 반나체의 미국이나 유럽의 멋진 여자모델 사진까지 곁들인 광고였다. 서민의 눈에는 무슨 목적의 광고인지 이해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자, 그럼 이것이 ‘풍요에 의한 죽음’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것은 인도 최고의 경제학자들도 몇 년 동안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인도신문협회 회장은 “데브 아난드는 내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위대한 배우였지만 그가 일면 기삿거리가 될 만한 인물은 아니며 그의 죽음은 뉴스가 아니다”라고 목이 쉬도록 호소하기도 싫증이 나 있을 것이다.
아무 힘없는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 존경받는 퇴직판사는 화가 난 채, 무엇이 뉴스이고 아닌지를 구분하는 일로 고통받고 있다. 아마 그는 앞에서?언급한 신문의 한 면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발가벗은 외국여성들의 사진과 고급 차, 호화주택 광고에 신랑감마저 매물로 나와 있는 신문지면의 지나친 상업화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외화를 주고 사오는 비싼 신문용지가 남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다시 이야기를 ‘풍요에 의한 죽음’으로 돌려보자. 수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짜리 고급 차나 호화주택 등의 광고주들이 노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금방 생각나는 대답은 그런 돈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어린 자식의 생일선물로 고급 차를 선물하는 사랑이 넘치는 부모들이기도 하다. 또 자식들은 초저녁부터 고급술집에서 맘껏 마신 뒤?돌아오는 도중에 교통사고로 누굴 죽이거나 자신이 죽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새벽녘에 집에 돌아온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의 어린 자녀와 고급 차 그리고 사랑이 넘치는 부모들이 다 함께 신문 1면에 실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기사의 공통적인 핵심은 죽은 아이의 나이, 자동차의 종류, 이런 불평등사회에서 아버지가 누리는 지위 등이다. 기자는 이런 죽음을 ‘풍요에 의한 죽음’ 이라 부른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어느 TV 앵커가 말했듯 “무엇이 잘못됐나를 알아보는 데 로켓과학이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첫째, ‘지구상에서 최고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가 광고하는 가장 비싼 차를 어린 자식들에게 사줄 수 있을 만큼 부정하게 번 돈이 너무 많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18~20세 사이의 젊은이들이 고급술집서 꼭지가 돌도록 마실 수 있게 하는 부정한 돈이 많다는 것도 그렇다.
해결방법은 과연 있는가? 재판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몇몇 사람만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부정한 돈을 갖게 되는지”가 규명될 때까지는 해결방법이 없어 보인다.
안된 이야기지만, 자기들의 이익창출에만 혈안이 돼 있는 국회에 현명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합법적으로 선출돼 경제를 바로잡을 때까지는 스물다섯 살 빔라나 그녀와 비슷한 처지의 인도인들은 하루 두 끼-그나마 가능하다면-먹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번역 선재훈 기자 sword@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