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1월1일에’  이채경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는데”

네팔 서부지역에 있는 라라 호수의 일출 광경. 네팔에서 가장 넓은 호수다.

아침에 눈을 뜨니
흰 서리 내린 겨울 창문으로
성큼 새해가 와 있습니다.

나는 가슴이 덜컹합니다.
추위를 이기려
차를 끓이면서

이대로 다시
잠이 들면 그만큼
새해가 늦게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는데
그냥 새해가 와 버리면 어쩌나요.

하지만 어제의 짐을 지고는
오늘의 삶을 살 수 없듯이
하나가 끝나야 비로소
하나가 시작됩니다.

비록 준비가 없어도
떠나야 할 때는
떠나는 겁니다.

떠나야 도착할 수 있고
헤어져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끊고
먼 새로운 길을 떠날 때
비로소 내게는 새해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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