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법원, 독재자 마르코스-이멜다 일가 고가 미술품 몰수 판결
[아시아엔=편집국]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일가가 집권 20년간 사들인 고가의 미술품들이 필리핀 정부에 귀속될 전망이다. 20일 <GMA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반부패특별법원은 전날 마르코스 일가의 미술품 160점이 불법취득 재산이라며 몰수 판결했다.
1965년 대통령에 당선된 마르코스는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며 장기 집권에 나섰다가 1986년 ‘피플파워’ 혁명으로 쫓겨났다. 이후 하와이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1989년 7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법원은 마르코스와 부인 이멜다가 집권 당시 빈센트 반 고흐와 파블로 피카소 작품 등 미술품 160점을 2400만 달러(약 279억원)에 사들였고, 이 돈은 마르코스 부부가 20년간 받은 봉급 30만4372달러(약 3억5천만원)를 훨씬 초과하기 때문에 불법취득 재산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마르코스 일가가 이 미술품들을 합법적으로 취득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했다”며 “해당 미술품들의 소재와 목록 등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또 “해당 미술품들의 처분, 매매, 양도를 금지하라”며 “이미 처분한 미술품이 있으면 그 수익금을 내놓으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필리핀 정부가 마르코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 최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잇따라 기각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마르코스 일가가 부정 축재한 재산은 100억달러(약 11조7천억원)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필리핀 정부가 환수한 재산은 1726억 페소(약 3조9천억원)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