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면민상’을 아십니까?···한국일보 김성우 전 주필 첫 수상
[아시아엔=편집국] 10월 20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면사무소 마당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욕지면이 올해 처음 제정·시상한 제1회 ‘욕지면민상’ 시상식이다. 첫 수상자는 이 섬 출신으로 한국일보에서 駐佛특파원·편집국장·주필·고문 등을 역임한 김성우씨. <아시아엔>은 그가 언론계·학계·외교관 출신 등 600여 회원이 참여하는 마르코글방에 쓴 글과 시상식 수상소감을 옮겨 소개한다. <편집자>
‘면민 일동‘이 주는 면 단위의 상이 전례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조그만 상이 나에게는 자축하고 싶도록 귀중합니다. 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서울시문화상, 통영시문화상을 받은 문화상 3관왕임을 자랑해 왔습니다. 여기에 욕지면민상이 보태짐으로써 정부-시·도-시·군-면·동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행정 단위를 망라하여 각 단위마다의 상을 모조리 석권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전관왕일 것입니다. 이 상들 가운데 가장 타기 어려운 것이 면민상입니다. 다른 상들은 심사위원 몇 사람만 합의하면 그만이지만 면민상은 면민 전부가 심사위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수상은 힘듭니다.
나는 욕지도에 ‘돌아가는 배’라는 옥호의 우거를 짓고 곁에 자그만 고구마 밭을 일구어 영영 고향으로 돌아갈 연습을 15년째 하고 있습니다. 고향에서 환영받는 선지자는 드뭅니다. 나는 지금껏 고향에 돌아와도 고향이 그리운 반귀향인이었습니다.
이번 면민상은 고향이 비로소 나를 고향 사람으로 안아준 것입니다.
욕지도의 새천년 기념 공원에는 내 책 ‘돌아가는 배’의 문장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 비문에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만선의 귀선,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던 그 칭칭이 소리 없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처럼 싣고 돌아가리라”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돌아가는 빈 배는 욕지면민상으로 만선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시상식장에서 김성우 전 주필이 밝힌 수상 소감.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내가 고향 욕지도를 자랑한 것밖에 고향에 이바지한 일이 없는데 그 자랑에 고향이 상을 준다니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 치고 욕지도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섬사람이라면 남들이 얕보아서 부끄러워하던 시절에도 나는 어디로 가나 누구 앞에서나 욕지도 출생임을 뽐내고 다녔습니다.
욕지도는 내 이름의 별명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 가장 복 받은 것은 욕지도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내 일생에 가장 성공한 것은 욕지도에서 자란 것입니다. 이것은 내 평생의 긍지였고 자부였습니다.
이 욕지면민상은 내가 욕지도를 빛냈다고 주는 상이라지만, 내가 욕지도를 빛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욕지도가 나를 빛내 주었습니다.
내가 욕지도에서 출생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상을 받을 만한 업적은 절대로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평생 언론인으로서 대한민국이 주는 상, 수도 서울이 주는 상, 출신지인 통영시가 주는 상을 차례로 받았습니다만 가장 작은 고향 섬이 주는 이 상이 나에게는 가장 큰 상입니다.
섬은 작을수록 바다는 큽니다. 상은 비록 섬 만하지만 그 뜻은 바다만큼 넓습니다. 욕지도 도민들이 성금을 모아 내 문장비를 세워준 은혜에도 보답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면민들의 이름으로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이 아름다운 상까지 주신다니 황송하면서도 감격스럽습니다.
누가 욕지도를 그냥 섬이라 합니까. 욕지도는 그냥 섬이 아니라 내 고향의 섬입니다. 욕지도는 나를 낳아 기른 어머니의 이름입니다.
욕지도, 욕지도, 나의 욕지도···. 나는 어머니를 부르듯 목이 메지 않고는 욕지도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습니다. 이 목멤으로 이 상을 받습니다.
욕지면민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