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 심장부, 드론 테러에 멈춰···예멘 반군 “우리가 공습”

대규모 화재에 휩싸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사우디 아람코 석유가공 시설 <트위터>

[아시아엔=편집국]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 시설이 14일(현지시각) 친(親)이란계 군사 세력의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아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고,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이 생산 차질을 빚게 돼 국제 유가가 급등할 전망이다.

AP통신은 “이날 새벽 4시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보유한 사우디 동부 아브카이크 석유단지와 사우디에서 둘째로 큰 유전인 쿠라이스 유전 등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아 불길이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내무부는 피해를 복구할 때까지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사우디와 오랫동안 군사 대치를 이어온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날 10대의 드론을 동원해 아브카이크 석유단지와 사우디에서 둘째로 큰 유전인 쿠라이스 유전 등 두곳을 공격했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국영 SPA통신을 통해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의 가동 중단으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밝혔다. 570만배럴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5%에 해당한다.

드론 공격 직후 예멘의 후티 반군은 자체 방송을 통해 “사우디 석유시설을 10대의 드론으로 타격하는 데 성공했으며 앞으로 공격 대상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이란과 앙숙인 사우디와 군사적으로 대치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번 공격을 사실상 이란이 저지른 것으로 규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유가 폭등을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이번 공격은 단기적으로 세계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그 파급 효과는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거나 중동이 화염에 휩싸이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블룸버그는 “사우디는 국내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일본, 이집트 등 해외 전략적 거점 3곳에도 저장시설을 갖추고 있어 아람코는 몇 주간 고객사에 차질 없이 원유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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