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첫 상하이 협상 성과 못내···9월 재개는 ‘합의’
상하이서 30일 만찬·31일 협상···美농산물 구매 논의 집중
美백악관 “中, 美농산물 구매 확대 약속 확인···협상 건설적”
[아시아엔=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단이 두달여의 진통 끝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오는 9월 협상을 재개하는 데만 합의했다.
신화통신은 류허(劉鶴) 부총리를 포함한 중국 대표단이 지난 30일부터 31일까지 상하이(上海)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대표단과 제12차 고위급 협상을 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통신은 “미·중 양측은 양국 정상이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달성한 중요한 공동 인식에 따라 무역 분야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효율적이며 건설적인 교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중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자국 내 수요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늘리고 미국 측은 구매를 위한 좋은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중국은 수백만t의 대두를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을 새로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 자료를 보면 7월 18일까지 3주간 미국에서 중국으로 향한 대두는 100만t밖에 되지 않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하는 등 양국 간 입장차는 여전하다.
미 백악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미중 대표단이 이번 협상에서 강제 기술 이전, 지적 재산권, 서비스, 비관세 장벽, 농산물 등을 포함한 주제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측이 미국산 농산물 수출품 구매를 늘리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며 “회담은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9월 초 워싱턴DC에서 구속력 있는 무역 합의에 대한 협상을 계속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중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오는 9월 다시 만나기로 해,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무역전쟁 격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미국 대표단이 예정 시간보다 40분 일찍 협상을 끝내고 공항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협상단의 사진 촬영을 예정보다 일찍 마쳤다고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협상 종료와 관련해 “미국이 충분한 신뢰와 성의를 보이고 평등과 상호존중, 상호양보의 정신으로 협상을 진행해야만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협상에서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진전이 있었다는 증거는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는 다소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진 중산(鍾山) 상무부장의 역할이 전보다 눈에 띄었으며 일부 미국 대표단은 이에 대해 우려했다.
미중 협상의 ‘더딘 진전’에는 중국의 ‘기다리기’ 새 전략이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전문가들과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양보를 서두르지 않음으로써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낼 수 있으며 기다리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담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편집장인 후시진은 “내가 아는 바로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협상은 상하이 시자오(西郊) 빈관에서 열렸다.
미국 협상단은 전날 상하이에 도착했다. 양측은 전날 저녁 상하이 황푸강 강변의 와이탄(外灘)에 있는 유서 깊은 페어몬트피스호텔에서 만찬을 가졌다. 미중 무역협상은 이번이 12번째로 상하이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상하이는 1972년 2월 28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상하이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 관계 정상화의 토대를 닦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