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달맞이꽃’ 김왕노 “마지막 남은 힘으로 등불 켜시고”?
어머니 저어기 마중나와 계시다
뼈 마디 마디 끝마다 불 밝히시고
굶주린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어둠 속에 나와 계시다
날마다 나를 설거지하시다
늙은 손 굽은 등으로
마지막 남은 힘으로 등불 켜시고
저 풍전등화의 골목에 나와 계시다
여름 구석에서 가을을 장만하는 풀벌레소리
벌써 애간장을 녹이는데
나는 가을이 되면 그 누구나 한번쯤 하는
이별하는 사랑 하나도 이루지 못한 덜 떨어진 놈인데
내 슬픈 길을 밝혀주려
어머니 저어기 홀로 나와 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