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대통령 수사 브라질 ‘반부패 상징’ 모루 법무장관, 판·검사 담합 의혹 위기 몰려
상원의장 “의원이었다면 의원직 박탈되거나 체포됐을 것”
[아시아엔=연합뉴스] 브라질에서 부패 척결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이 부패 수사 담당 판-검사 담합 의혹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모루 장관의 적극적인 항변에도 정치권에서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다비 아우콜룸브리 상원의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매우 심각한 사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우콜룸브리 의장은 “모루 장관은 윤리적 한계를 넘은 것 같다”면서 “만일 그가 하원의원이나 상원의원이었다면 의원직이 박탈되거나 사법당국에 체포됐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그는 이번 사건이 불법적인 해킹을 통해 공론화됐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해커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이른바 ‘물타기’ 시도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앞서 ‘인터셉트 브라질’이라는 웹사이트는 지난 9일 부패 수사를 담당했던 세르지우 모루 전 연방 판사(현 법무장관)와 연방검사들의 통화 내용과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인터셉트 브라질’은 모루 전 판사가 검사들에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과 수감을 끌어낼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당시 수사에 따른 유죄 판결로 지난해 10월 그의 대선 출마가 좌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룰라의 출마를 막기 위해 모루 전 판사와 검사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담합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우파 진영 개입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된 상태다.
연방고등법원은 지난달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구체적인 증거 없이 대부분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에 의존하고 있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형량을 8년 10개월 20일로 줄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모루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고 모루 장관 자신도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논란은 계속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룰라 전 대통령 측의 석방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좌-우파 진영 간에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합의체는 전날 표결을 통해 반대 3표, 찬성 2표로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석방 청원을 기각했다.
오는 30일에는 모루 장관과 부패 수사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시위는 브라질자유운동(MBL) 등 지난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 사회단체들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룰라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좌파 단체들도 ‘룰라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와 시위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루 장관은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권력형 부패 스캔들을 파헤치는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수사를 이끌었다.
모루는 올해 초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의해 법무장관으로 발탁됐으며,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