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브라질 ‘수교 60년’ 소아레스 하원의원 “한국엔 배울 게 너무 많아”

평양 방문 꼭 이룰 것···브라질-북한 축구교류 성사되길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기자는 4월 10일부터 20일까지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바이아주 등 브라질 행정수도와 제1의 도시, 대표적인 농촌지역 등을 방문했다. 첫 인상에 자연은 그대로 보존돼 있고 사람들은 여유 있어 보였다. 한국과 비교해보면 조금 느리고 게으른 듯한 답답함도 느꼈지만 무엇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게 부러웠다. 브라질리아 방문 때 기자와 브라질 한농복구회 방문단 일행을 안내한 우연호 이글(Eagle) 자산운용 대표로부터 “신망 높고 유망한 정치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려서 부모를 따라 이민 가 투자전문가 자리잡은 우연호 대표는 “5월초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만나면 어떻겠냐”며 “한-브라질 관계뿐 아니라 브라질 국내정치에서도 그만큼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데이비드 소아레스(David Soares) 하원의원이다. 그는 작년 7월 1일 실시된 멕시코 총선에서 상파울루시에 출마해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DEM(Democratas, 민주당) 소속인 소아레스 의원은 임기 시작이 반년 남짓 지났다고 했다. 인터뷰는 소아레스 의원이 아제르바이잔 방문 후 한국에 머물던 5월 7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이뤄졌다. 통역을 맡은 김범진씨는 브라질 하원의원의 정책담당 보좌관으로 포르투갈어에 능통하고 특히 브라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매우 밝아 의사소통이 훨씬 쉬웠다.

-한국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

“나와 한국과의 인연은 몇 년 됐다. 국회의원으로는 이번 처음이지만, 상파울루시에서 두번에 걸쳐 시의원으로 재직하면서 서너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올해는 한-브라질 수교 60주년을 맞는 해다. 브라질에서 특히 많은 행사가 열린다. 방탄소년단 공연도 예정돼 있고, 박원순 시장도 상파울루를 방문한다. 나 역시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당신은 상파울루시의 한국문화의 날(8월15일)을 제안해 통과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상파울루 거주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한-브라질 문화교류행사를 정기적으로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

“2017년 상파울루시 시의원 시절 매년 8월 15일을 한국문화의 날로 지정하는 ‘16617 시의안’을 제안·통과시켰다. 그리고 2018년 한국문화페스티벌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확보해 남미 최대의 한국문화 행사를 치르는데 힘을 보탰다.”

-귀하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궁금하다. 가령 정치·경제·사회문화·스포츠 등 일반적인 인식을 말해 달라.

“한국은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유례 없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했다. 브라질 국민들이 무척 부러워하는 점이다. 겸손하게 한국인들의 업적을 배우려 한다. 나는 브라질-한국관계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브라질 연방의회 의원들이 이 모임을 통해 양국의 사회·경제·문화 이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귀하는 왜 정치인이 되었나? 그리고 그 일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계신지? 얼마나 본래 목표에 도달했다고 스스로 판단하시는지? 10년 뒤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하다.

“내가 정치에 입문한 가장 중요한 동기는 다른 사람들과 브라질 사회를 위해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의원 시절 시민들의 짐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일했다. 지금 국회의원으로서도 같은 생각이다. 10년 후 브라질 사회가 지금 안고 있는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나는 그 일에 도움 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싶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나처럼 가족과 전통을 선호하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런 가치관이 자유주의 경제이념과 맞물려 우리가 취하는 행동에 반영된다고 믿고 있다. 정치는 모름지기 국민들의 막힌 곳을 뚫어주는 것이라야 한다.”

-이제 임기가 반년 지났는데, 남은 3년 반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첫째는 브라질이 비즈니스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 두번째는 종교활동이 원활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직도 브라질 정부는 교회를 힘들게 하고 있다. 브라질은 가톨릭 국가이지만 실제 성당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인들은 교회에 돈버는 회사 이미지를 씌우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세금을 더 걷으면서 힘들게 만들고 있다. 브라질의 기독교인들은 마음 편히 신앙생활 하는 게 소원이다. 교회도 맘대로 다닐 수 없는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소아레스 의원 부친은 브라질에서 내로라 하는 목회자로 국민들 신망이 무척 높다고 한다. 아들의 하원의원 당선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현재 브라질 국회는 상원과 하원을 합쳐 모두 594명이다.

그는 “브라질 의회는 미국 의회를 많이 벤치마킹한다”며 “미국에서는 1970년 낙태법이 통과됐지만 나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와 관련돼 있는 브라질 의원들은 낙태를 모두 반대한다”며 “그런 면에서 나와 (반대하는) 동료 의원들은 청교도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보수적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계속 할 예정인가?

“나를 지지해준 국민들이 밀어준다면 계속할 의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제나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나는 높은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다. 브라질 정치인들 사이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다만 정치(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정치인 이미지는 좋지 않다.”

-당신이 그런 정치 이미지를 바꾸면 되지 않나?

“매번 50% 미만이던 총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에서 50%를 넘었다. 나는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새 정치인들이 기존의 나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은 못하겠다.”

-브라질 국회의원들의 하루 일과는 통상 어떻게 되나?

“수도이자 국회의사당이 있는 브라질리아에 머물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경제인들과 미팅이 많다. 법률 관련 업무와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부분 화·수·목요일 오후에 있다. 그 시간 외에는 전부 미팅이다. 시장과 시의원, 다른 정치인들과 계속해서 만난다. 이번 한국 출장도 시간이 있어서라기 보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만나고 오는 길에 잠깐 들른 거다. 정말 여유가 없는 게 브라질 의원들이다.”

-앞에서도 나왔지만 한국과 브라질은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한국이 가난할 때 브라질로 이민을 많이 갔다. 브라질 국민들이 한국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줘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은 브라질 하면 ‘이민’과 ‘펠레 선수’를 생각한다.

브라질 소아레스 하원의원이 보좌진들과 인천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고 있다.

“브라질에는 그 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많다. 내 생각에는 한국과 브라질 관계는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브라질에서 동양인을 만나면 보통 중국이나 일본사람으로 생각한다. 물론 150만명의 일본인이 브라질에 있긴 하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몇배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알리려 노력한다. 한국도 그렇게 애쓰면 문화나 비즈니스에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자신의 브랜드를 훨씬 잘 부각시킬 수 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일본 음식 아무거나 말해보라’고 하면 바로 ‘스시!’라고 답한다. 그런데 한국에 대해 물어보면 ‘김정은’ 외에 아는 게 거의 없다. 기업 투자 외에도 한국인들은 브라질에서 할 게 많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돈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돈보다 한국의 앞선 교육과 다양한 문화를 브라질에 심어주면 참 좋을 거라 본다.”

소아레스 의원은 “브라질의 교육은 뒤떨어져 있다”며 “한국의 앞선 교육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브라질 교육도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런 사례를 들어 기자에게 설명했다.

“브라질 중부지방에 콩을 심었는데 땅이 고르지 않아 싹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결국 해결은 했다. 공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오랜 노력 끝에 간신히 풀었다. 교육이 잘 돼 있었다면 쉽게 풀 수 있었을 문제였다.”

-브라질과 북한의 수교 관계는 어떤가? 당신이 방금 말한 콩을 북한에 수출하면 괜찮을 것 같다.

“한-브라질 관계가 깊었다면 브라질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브라질은 북한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미국 눈치도 보고, 먼저 한국 관계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북한과 브라질이 축구교류를 먼저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한국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소아레스 의원께선 북한의 수도 평양에 갈 의향이 있으신지?

“아! 나는 북한에 가는 게 꿈이다. 거기 가서 할 일이 정말 많다. 당신이 함께 가면 더 좋겠다.”

기자가 평양·금강산·개성 등 북한에 10번 가량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하자, 소아레스 의원은 “다음에 꼭 같이 가자”고 했다.

-귀하는 누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나.

“예수님이다. 나는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 늘 그를 떠올리면서 나의 일을 의논한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주관하며 나의 길을 안내하고 목표를 잃지 않게 이끌어 주시는 분이다.”

-최근에 읽은 책은?

“나는 유명인 자서전 읽는 걸 좋아한다. <만델라자서전>을 최근 읽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 것이 인상 깊었다. 또 한권은 브라질 외교관이 쓴 책인데, 정말 많이 배웠다. 그의 외교력 덕분에 브라질이 큰 전쟁 없이 국가를 유지해왔다고 본다.” 그는 이 대목에서 “나는 자신이 잘 하는 걸 빨리 찾아내 그걸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귀하는 브라질 대표도시인 상파울루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서울시와 자매도시인 상파울루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 몇개 말해 달라.

“상파울루는 여러 면에서 브라질의 중심 역할을 하는 도시다. 면적이나 다양성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도시다. 브라질 최고의 국제공항 2곳과 브라질 생산량의 3분의 1이 상파울루를 통해 유통된다. 브라질 정부정책은 상파울루 관점에서 이뤄지는 게 많다.”

-나는 지난 4월 중순 열흘간 상파울루와 브라질리아, 리우데자네이로 등 도시지역과 바헤라스, 마갈량 등 농촌지역을 방문했다. 여느 나라처럼 브라질 역시 도시와 농촌간 경제·문화 격차가 심한 것 같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귀하가 소속한 정당이 상·하원 의장 등 의회 내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모든 일을 이뤄내야 한다고 믿는다. 교육 관련 예산은 많지만 잘못 사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 상당수가 자본주의에 대해 왜곡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정부 의존도가 높다. 브라질은 아직 과학기술 분야에서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 도농간 격차를 좁히려면 예산을 적절히 배분해 농촌인구의 교육에 좀더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 하원에서 법제사법위원, 농업·축산업 연구회원 등을 맡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과 브라질의 FTA 협정은 언제쯤 체결될 것으로 보나? 그리고 걸림돌은 무엇인가?

“제일 큰 걸림돌은 브라질과 남미의 정치상황이다. 브라질은 한국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두 나라 사이의 협정은 특히 브라질 농업에 큰 수혜를 가져올 거라고 확신한다. 다만 상대적으로 월등한 한국의 제조업이 브라질 고용시장에 타격을 줄까 걱정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두 나라에 긍정적인 영향이 절대적으로 클 것으로 본다.”

소아레스 의원(왼쪽)과 이상기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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