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리 “미-이란 군사충돌 막기 위해 양국에 긴급 대표단 파견키로“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 <BBC> 

[아시아엔=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군사적 충돌 우려까지 낳을 만큼 첨예한 가운데 두 나라와 모두 우호적인 중동국가들이 중재외교에 긴급히 나서는 분위기다.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이라크 정부가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속히 테헤란과 워싱턴에 대표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와 의회는 이란과 가까운 정파, 정치인이 주도하고 지리적으로도 인접해 이란과 여러 방면에서 밀접하다. 2014년부터 3년간 진행된 이슬람국가(IS) 격퇴전 과정에서 이라크는 이란에서 군사 지원을 받았다. 이라크는
동시에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한 이후 미국의 영향도 이란에 못지않다. 이라크에는 현재 미군 5천여명이 주둔한다.

이 때문에 이라크는 두 나라 사이에서 예민하게 균형을 잡는 ‘등거리 실리주의 외교‘를 유지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그러나 이라크에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나라의 긴장이 고조하면서 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둘 사이에 낀 이라크가 그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압델-마흐디 총리는 “이라크가 남의 전쟁터가 되거나 전면전의 발사대가 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을 진정하는 일은 이라크와 우리 국민, 중동의 이익에 부합한다”라고 강조했다.

한 이라크 관리는 AFP통신에 “미국은 이라크만이 이란과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걸프 국가인 카타르와 오만의 외무장관이 테헤란을 잇달아 방문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이 특히 종파적, 외교적 이유로 아랍 이슬람권의 지도국가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권 밖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를 오가며 중재자로 역할 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나온다.

두 나라는 모두 아랍권에 속하지만 사우디와 이란의 패권 경쟁과 미국의 대이란 적대 정책으로 경색된 중동에서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앞서 알자지라 방송은 15일 정부 내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 카타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수일 전 이란을 찾았으며 방문 목적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의논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셰이크 무함마드 장관이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만났다”라며 “미국도 사전에 그의 이란 방문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셰이크 무함마드 장관이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국을 방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중동 현안을 논의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 보도를 확인하지 않았으나 알자지라 방송이 카타르 왕실 소유라는 점에서 이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술탄 빈 사드 알무라이키 카타르 외무담당 국무장관은 20일 “셰이크 무함마드 장관이 테헤란을 방문했을 때 ‘카타르는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긴장을 푸는 데 노력하고 있다. 이는 미국도 잘 아는 일이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유수프 빈 알라위 오만 외무장관이 일정을 미리 알리지 않고 테헤란을 찾아 자리프 장관을 만났다. 오만 외무부는 “두 장관이 양국 관계 증진과 지역, 국제적 현안을 논의했다”라고만 짤막하게 설명했다.

빈 알라위 장관의 이번 방문은 16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오만 군주 술탄 카부스에게 전화한 뒤 이뤄진 터라 그가 ‘빈손’으로 테헤란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체적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격적인 대화까지는 당장 성사되지 않더라도 중동을 감도는 전쟁 위기는 진화할 수 있지 않느냐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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