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北유엔대사 “美 압류 화물선 즉각 반환해야···미국 반응 예리하게 볼 것”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미국 정부의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의 압류에 대해 “불법무도한 행위”라면서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
김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불법적이고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면서 “이번 사건은 북한(DPRK)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 정책의 산물로서 우리는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엔본부 기자회견은 약 15분간 영어로 진행됐으며, 이같은 일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사는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공화국의 자산이자, 우리의 주권이 완전히 행사되는 영역”이라면서 “미국은 극악한 행위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하고, 지체 없이 화물선을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모든 행동을 주의 깊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행위는 ‘최대의 압박’을 통해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계산의 연장선에 있다”면서 “새로운 (북미) 양자관계 구축을 약속한 6·12(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희망과 정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를 부과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일방적 제재와 이를 제3국의 주권에 적용하는 것은 국제법에서는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화물선 압류를 법적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국내법은 분명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현재까지 유엔총회도 일방적인 제재와 경제적 강압 조치를 유엔헌장에 반하는 행위로 규탄하는 많은 결의안을 채택해왔다”면서 “유엔헌장과 관련 국제법에 비춰봐도 일방적인 제재를 하고 이를 제3국의 주권에 적용하는 것은 분명히 국가의 법적 평등성과 국가주권에 대한 존중, 다른 나라에 대한 불간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화물선 압류를 비난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을 거론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이 서한을 유엔총회 문서로 회람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회견문 발표 이후 취재진으로부터 △이번 사건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전망 등에 질문을 받았지만 김 대사는 “이번 회견은 미국의 화물선 압류에 관한 것”이라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김 대사는 다만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총괄적 답변으로 “이번 사건은 6·12 공동성명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려있으며, 우리는 미국의 반응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 9일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를 위해 이 선박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했다.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과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이중 등록된 선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산 석탄 2만5천t가량을 실은 이 배가 지난해 4월 1일께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선박을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받아 압류했으며 11일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예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