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회담 트럼프-김정은과 이은하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70년대 후반 가수 이은하씨가 불러 크게 히트를 했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가사다.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희미한 기억 속에서도 그리움은 남는 것

나는 너를 사랑하네, 아직도 너 하나만을

나는 너를 기다리네, 아직도 잊지를 못하고

 

언제 언제까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사랑은 영원한 것

 

지난 2월 28일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던 세기의 사랑이 깨지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거다.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이외의 다른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측 요구를 거부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분석했다.

이날 회담이 결렬되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협상의 걸림돌(dealbreaker)은 기존 핵시설 폐기뿐만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에 요구한 추가 핵 목록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폐기를 요구한 것에 대한 북한의 거부가 세기의 사랑을 깼다는 것이다.

NYT는 또 “북한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하면 북한의 가장 중요한 핵 시설인 영변 기지를 해체하겠다고 제안했다”며 핵 폐기와 제재완화를 주고받는 단계별 협상 전략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이외에 현재 보유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와 추가 핵분열 물질 생산이 가능한 핵시설을 그대로 둔 채 합의를 이루는 것은 미완성의 비핵화 합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조된 후속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을 치켜세웠다. 북한은 모든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미국의 추가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서명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자정 북한의 리용호 외상과 최선희 부상은 기자회견을 갖고 아주 이례적으로 침착하게 본인들의 입장을 굉장히 분명한 어조로 밝혔다.

첫째, 완전한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둘째, 핵실험과 미사일 테스트와 같은 것을 영구히 중지하는 문서를 준비했다.

셋째, 영변핵시설을 국제 감찰단의 입회하에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넷째, 미국은 여기에 플러스알파를 주장했다.

다섯째,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는 그것까지 수용할 수 없었다.

여기서 일단 첫 번째로 눈여겨봐야할 것은 북한의 전례 없는 공손한 외교적 태도다. 지금까지 북미협상은 위기에서 협상 그리고 결렬 또 위기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험악한 말들이 오갔고 곧 바로 다시 전운이 감도는 게 한반도 위기의 사이클이었다. 그런데 이번 협상결렬은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그 대응도 무척 놀랍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북한을 비난하지 않았고, 북한도 미국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리고 무엇을 수용할 수 없는지 조목조목 밝혔고 향후 협상의 여지는 여전히 남겨두었다. 그리고 미국도 북한을 비난하지 않았으며, 또 김정은을 회담 중에도 그리고 회담 이후에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 상황이 파국에 이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다행히도 미국과 북한 누구도 이 판을 완전히 깨려고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를 피력했다.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과 대화해보라며 바톤을 넘겼다. 우리도 한반도평화 문제의 당사자로서 분명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패 속에서도 희망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직도 서로 사랑이 남아 있기 때문에 후속 회담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회담 실패가 오히려 쉽사리 떠밀려서 하는 보여주기식 회담이 아니라 신중하고도 진정성 있는 비핵화 회담으로 재결합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기회를 보여 준 것이다.

이번 회담의 실패를 통해 북미 두 나라가 명심해야할 사항이 있다. 어느 한 쪽의 일방적 굴복은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다. 우리도 북의 비핵화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평화라는 선물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각오를 충분히 해두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북미 회담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이렇게 사랑과 그리움이 남아 있는 한 평화라는 사랑의 열매는 분명 열릴 것이다. 마치 가수 이은하의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는 노래처럼.

사랑은 오로지 사랑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 그런 사랑이 헤어졌다 다시 만났을 때,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재결합은 서로 더 성숙된 모습으로 다가가게 한다. 상대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전까지 장애물로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크나큰 사랑의 디딤돌이었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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