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화폐 탐구] 인도네시아 지폐 7종류엔 아름다운 자연풍광 ‘가득’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는 국토면적 세계 15위, 인구 세계 5위 국가다. 다양한 민족과 종교, 언어가 존재하며 주마다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문화를 향유한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는 술탄이 존재하고 세습정치를 하기도 한다. 이슬람이 아닌 기독교도나 힌두교도가 절대적 다수인 곳도 있다.

인구의 87%가 이슬람교이지만, 국교가 이슬람교는 아니다. 다민족·다종교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과 함께 기독교도 국교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모두 정부의 사회통합정책과 연관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수카르노가 처음 제시한 헌법의 기본원칙인 ‘판차실라’다. 판차실라는 고대어로 ‘5개의 원칙’이라는 의미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일신교 신앙이다. 일신교는 이슬람교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과 함께 총 6개의 종교를 일컫는다. 개신교, 천주교, 힌두교를 비롯해 신학적으로 일신교로 볼 수는 없지만 불교와 유교도 포함된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기독교를 포함해 다른 종교들이 무시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국가영웅정책’(Gelar Pahlawan Nasional Indonesia)으로도 알 수 있다. 네덜란드의 인도네시아 식민지 지배는 17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현지인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며 지속됐다. 이 시기 식민지 세력과 전쟁을 주도하던 지도자들이 국가영웅의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이 명단에는 개신교는 물론 여러 민족과 종교 지도자가 망라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화폐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영웅이 담겨 있다. 1000루피아에서 100000루피아까지 총 7가지 종류로 나뉘는 인도네시아 지폐 앞·뒷면에는 지역과 민족에 대한 소개가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발행된 10000루피아 신권의 앞면에 실린 인물인 프란스 카이시에포(Frans Kaisiepo)는 무슬림이 아닌 개신교 신자다.

10000 루피 앞면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영웅 프란스 카이시에포

물론 인도네시아에서 종교를 둘러싼 충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7개 종교는 서로 화합을 이루고 있다. 프란스 카이시에포가 했던 정치적 투쟁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수카르노가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선언했다. 이때 카이시에포는 파푸아에서 수카르노의 결정에 크게 환영하고, 인도네시아 국기를 휘날리며 애국가를 불렀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인도네시아가 자신들의 영향권에서 쉽게 빠져 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에 무슬림이 많은 지역을 차지하던 술탄들에게 다가가 “공화국이 선포되면 너희들이 권력을 상실하게 될 거야!”라면서 자극하기 시작했다. 기독교 신자들이 많은 지역에서도 단독정부를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성공적인 예로는 현재 파푸아 지역에서 1946년 수립된 기독교가 국교인 네덜란드령 뉴기니다. 그러나 카이시에포와 같이 애국심으로 무장된 영웅들의 노력과 수카르노 대통령의 국제적인 압박으로 네덜란드령 뉴기니는 1963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됐다.

만약 카이시에포와 그의 친구들이 원했다면, 오늘날 민족·종교·지리상 유사한 파푸아 뉴기니와 통일하거나 혹은 영국에서 독립한 파푸아 뉴기니처럼 독립국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종교와 민족적 차이점 대신, 식민지 시기에 네덜란드에 대항해 왔던 투쟁을 잊지 않으며 통일 인도네시아 꿈에 집중했다.

왕도마뱀과 신비로운 협곡의 세계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공존을 자부심으로 삼는 인도네시아는 대외적으로 이를 자랑하는데, 그 대표적인 수단이 화폐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발행한 신권 뒷면에 관광명소와 전통 춤을 소개했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50000루피아 뒷면에 소개된 코모도국립공원이다.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오른 코모도국립공원은 코모도섬을 비롯해 크고 작은 30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아름다운 경치뿐만 아니라 지구상 가장 큰 도마뱀인 코모도왕도마뱀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곳은 약 5700마리의 코모도왕도마뱀을 보호하기 위해 198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인도네시아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인도네시아 난민캠프에서 일한 적이 있는 필자의 아내가 여행지 한 군데를 강력 추천한다. 바로 5000루피아 뒷면에 사진이 실린 ‘브로모 텡게르 세메루 국립공원’이다. 이 국립공원은 활화산인 브로모산, 세메루산 그리고 바톡산을 포함하고 있는 대규모 공원이다. 광활한 대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싶은 여행 애호가들이 인도네시아에 가게 되면 놓치지 않는 명승지다.
자와섬 안에 있는 브로모공원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멀지 않다. 이 지역은 무슬림 주민보다 힌두교를 믿는 텡게르족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 때문에 독특한 힌두교문명을 체험할 수 있다.

20000 루피

사실 인도네시아 여행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스쿠버다이빙이다. 인도네시아는 어디서든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기 좋지만 그 중 최적지는 단연 20000루피아 뒤에 보이는 데라완섬이다. 이곳에는 900여 종의 물고기를 포함해 수백종의 산호와 무척추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지폐에서도 보이듯이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푸른 바다거북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독이 없는 해파리들이 살고 있다는 점도 테라완섬이 스쿠버다이빙 애호가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2000 루피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친구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여행 사진들을 보면 자연경관이 많이 보인다. 특히 바다나 화산을 많이 다녀오는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에는 멋진 폭포나 호수, 협곡도 많다. 여기서 필히 언급해야 하는 곳은 2000루피아 뒷면에 소개된 시아녹협곡이다. 인도네시아 서부에 위치한 수마트라섬의 부키팅기시에 있는 시아녹협곡은 미국의 아리조나협곡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인도네시아는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라 안개가 자욱한 곳이 많은데, 나무가 무성한 이 협곡은 뒤에 있는 산에 드리운 안개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00000 루피

인도네시아의 멋진 자연경관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100000루피아의 뒷면에 보이는 라자 암팟 제도를 빼먹으면 안 된다. 라자암팟 제도는 1500개 넘는 섬과 암초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인도네시아 동부에 위치한 뉴기니섬과 중부에 위치한 할마헤라섬 사이에 있다.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아시아 국가이지만 뉴기니섬으로 인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도 영토가 있는데, 라자암팟 제도는 바로 이 둘 대륙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수많은 암초들로 완성된 아름다운 섬 ‘라자암팟’은 ‘인도네시아의 하롱베이’로 여겨진다. 오늘날에도 많은 관광객이 파란색과 초록색의 자연을 즐기려고 라자암팟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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