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때밀어 드리던 그날, 왜 이렇게 생각나는 걸까?

세상의 아버지들은 뒷모습만 보이려 하신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아시아엔=김중겸 경찰청 전 수사국장, 충남경찰청장 역임]  앞자리에 노인과 중년여인이 함께 앉아있다.

노인은 얼굴과 손등에 주름이 가득하다. 아마도 평생을 농사일로 보낸 듯하다. 세월 못 이기고 기력 떨어지셨나···. 힘겨운 모습으로 말 없이 앉아 있다.

중년여인은 일찍 도시로 나간 듯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곁에 바싹 붙어 앉아서 노인의 주름진 손등을 계속 쓰다듬고 있다. 두 사람은 친정 아버지와 출가한 딸로 보인다. 아버지는 아무 표정 없이 손을 내준 채 앞만 바라보고 있다. 딸 또한 별다른 표정 없이 그렇게 아버지 손등을 쓰다듬고 있다.

손등 쓰다듬으며 눈물 흘리는 건가. 그 눈에 안개가 피었다. 아마도 속으로는 엉엉 우는가 보다. 그 모습 속에 추억 하나 다가온다.

스물 갓 넘어 간 군대생활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아버지 등을 밀어드렸다. 목욕탕 같이 다닐 때 아버지 등이 이렇지 않았는데···. 너무 마르셨다. 마구 흐르는 눈물. 주체하지 못했다. 들키지 않으려고 울음 삼켰다.

아버지! 다 나으시면 제가 극장 모시고 갈게요. 영화보기 좋아하시는, 의식 없으신,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씀드렸다.

약속 지키지 못했다. 아버지가 며칠 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글귀가 보이거나 들리면 나는 몸을 떤다. 보호자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가서 본 첫 활동사진이어서다. 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 택시 타고 서대문 동양극장에 가서 봤다.

아, 그런데, 저 노인과 딸은 어떤 끈을 쥐고 있는 걸까?

제발, 마지막 동행이 아니길 빌었다. 아버지와 딸이 함께 하려다 하지 못한 그 무엇, 그게 있다면 그걸 해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그럴 즈음 내 눈도 흐려왔다. 노인인 내가 노인 걱정하다니···.

언제까지 살지 요즘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와이셔츠도, 넥타이도, 신사복도, 점퍼도 헌옷 모으는 통에 넣어야 하는데, 하는데···, 하면서 머뭇거리고 있다.

살 날 많다고 보지는 않는다. 불현듯 종언(終焉)이 찾아오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선뜻, 장롱 정리가 쉽지 않다. 집사람이 “우리가 벌써 그 나이?!”라며 충격받을까 봐 더 주저한다.

아무래도 연습해야 하나 보다. (요단)강까지 안내할 손님맞이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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